"이슬람 무장조직, 어린이 동원 자폭테러 급증…올해만 27명"
"아이 납치하거나 속여서 데려간 뒤 약 먹여 동원"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서아프리카의 IS'로 불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보코하람이 자살폭탄테러에 어린이를 동원하는 사례가 최근 또다시 급증하며 올해 1분기만 27명이 희생됐다고 AP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유엔 산하 아동보호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이 최근 발표한 '부끄러운 침묵' 보고서에 따르면 보코하람의 활동 근거지인 차드호 주변 4개국(차드, 니제르, 나이지리아, 카메룬)에서 자폭테러에 동원된 어린이는 올해 1분기에만 27명으로, 지난해 전체 인원인 30명에 육박한다.
자폭테러에 동원된 어린이 수는 2014년 4명, 2015년 56명 등 최근 4년 동안 117명에 이른다. 이들 중 80%는 여아다.
어린이 자폭테러가 빈번해지면서 시장이나 검문소 등에서는 어린이의 모습만 보여도 두려워한다고 마리-피에르 푸아리에 유니세프 중서부 아프리카 지역 소장은 밝혔다.
푸아리에 소장은 "이 어린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희생자"라며 "이런 끔찍한 행위에 아이를 강제로, 또는 속여서 동원하는 행위를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니세프는 자폭테러 등에 동원하기 위해 어린이를 납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시장 같은 장소에서 어린이가 목격되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밤중에 이들의 집으로 쳐들어가 납치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모가 살해되는 경우도 있다고 유니세프는 전했다.
결혼하자고 속여서 접근한 뒤 자폭테러에 동원하는 사례도 있다.
차드 태생 소녀 '아미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미나는 16세 때 이웃 마을 남성의 청혼을 받고 결혼했으나 보코하람 단원이었던 남편은 어린 아내에게 약을 먹이고 자폭테러에 가담할 것을 종용했다.
다른 소녀 3명과 함께 몸에 폭발물 벨트를 두른 채 시장으로 간 아미나는 다른 소녀가 먼저 터뜨린 폭발물에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두 다리를 잃었다.
보코하람은 2014년 나이지리아 보르노주 치복시의 한 중학교에서 여학생 276명을 집단 납치한 적도 있다. 일부는 탈출했지만, 여전히 200명 가까운 학생들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며 이들이 자살폭탄테러 등에 동원됐다는 관측도 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차드호 부근 4개국 지원을 위해 1억5천400만달러를 목표액으로 한 모금을 시작했으나 아직 40%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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