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교과서내 이념선전용 허위내용 삭제…"학부모 감시 덕분"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이 교과서 내 이념 선전용 허위내용에 대한 학부모의 감시가 강화되자 교과서에서 허위내용을 삭제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중국 교육부 산하 인민교육출판사는 웹사이트에 게시한 성명에서 미국 석유 기업가 아르망 해머 관련 내용과 일부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초등학교 교과서 개정판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아르망 해머 이야기는 젊은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의 난민이던 해머가 마을 관리로부터 무료로 음식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가 그의 품위와 독립심에 감동한 관리의 딸과 결혼까지 하게 됐다는 내용으로 1998년 중국 잡지에 처음 보도된 뒤 여러 간행물에 채택됐지만, 이후 거짓으로 판명됐다.
해머 이야기가 교과서에서 삭제된 것은 중국의 중산층 학부모들이 자녀가 이념 선전이나 세상에 대한 편견을 배우는 것을 막으려고 교과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과서가 변화하는 사고방식과 유행에 발맞추고 더 적절한 내용을 싣도록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학자와 교사들은 역사 교과서가 1937∼1945년 항일전 때 국민당 군의 역할을 축소하고 공산당 군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허위 이야기로 지적받는 교과서 내용 중에는 미국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7살 때 거울로 기름 램프의 불빛을 반사해 의사가 어머니의 맹장 수술을 하는 것을 도왔다는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
에디슨은 1854년에 7살이었지만, 세계 첫 맹장 수술이 32년 후인 1886년 시행됐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영국 국립 도서관에서 연구할 때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바닥에 발자국이 남았다는 이야기도 성실한 학자로서 마르크스를 예찬하기 위해 활용됐지만, 영국을 여행한 중국인들이 허위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달에서 만리장성이 보인다는 주장은 우주 비행을 통해 가짜임이 증명됐다.
중국 상하이(上海)사범대 우중하오 교육학원 교수는 중국 교육 당국이 사회주의 가치와 정치 선전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교과서를 날조된 이야기로 채우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문화대혁명 이후 상황이 개선됐지만, 한두 가지 가짜 이야기를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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