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20년' 이겨낸 일본 기업…"핵심은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최근 일본기업들이 차별화 전략을 무기로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트라(KOTRA)는 11일 내놓은 '저성장 시대, 일본기업의 성장전략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기업이 3년 연속 경상이익 최고치를 경신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본기업의 경상이익은 2013년 60조엔, 2014년 65조엔, 2015년 68조엔 등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코트라는 일본기업의 성공전략으로 시장·제품·가치·사업 등 4대 차별화 전략을 꼽았다.
시장 측면에서는 철저한 현지화로 신흥시장에서 승부를 건 것이 유효했다.
현지고객만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면서 일본식 고객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이런 전략을 통해 일본기업인 유니참은 유아용 기저귀 아시아 시장 점유율 1위, 스즈키는 인도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품질경쟁력을 갖춘 히트상품 개발도 일본기업의 성공비결이다.
유니클로는 폴라플리스 재킷 '플리스', 보온 내의 '히트텍' 등 고기능·저가격 제품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들 제품은 옷을 공업제품으로 재정의한 유니클로의 전략과 일본 종합화학소재 전문업체 도레이의 기술력이 만난 오픈 이노베이션(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의 성과이기도 하다.
사업 측면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대담한 경영혁신이 재도약의 계기가 됐다.
예컨대 아사히는 정체된 기존 주류시장에서 활로를 찾기보다는 음료, 식품, 국제사업으로 사업을 확대키로 하고 국내 M&A로 핵심역량을 강화했다.
후지필름은 2년간의 기술재검토를 거친 후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의료영상, 문서 등으로 대담한 사업교체를 단행했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차별화로 성공한 기업도 있다.
돈키호테는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시간 소비형 점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라는 역발상으로 간소함과 단순함을 중시한 제품 기능의 차별화에 집중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성장 시대에는 비효율성만을 삭감하는 근시안적 변화는 궁극적으로 기업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잃어버린 20년을 이겨내고 재도약한 일본기업들의 전략을 재조명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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