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대통령 '소로스 대학' 폐교법안 서명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대학이 소로스를 겨냥한 법 개정으로 결국 문을 닫을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야노시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은 이날 외국 교육기관이 헝가리에서 학교를 운영하려면 본국에도 캠퍼스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단 교육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이 교육법 개정안은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소로스를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로스가 모국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세운 유럽중앙대학(CEU)은 미국에 등록됐지만 미국에는 캠퍼스가 없어서다.
헝가리 실권자로, 국경봉쇄정책을 지지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소로스가 국제투명성기구 같은 비정부 단체를 지원하고, 난민을 후원함으로써 헝가리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자 정부는 대학 본교가 EU 외 국가에 있다면 6개월 내 상호 협약을 체결하고, 본국에 캠퍼스가 없다면 연내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지만, 시간상 폐교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CEU는 헝가리에서 문을 닫거나 다른 나라로 옮겨야 한다. 주변국인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은 CEU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CEU는 법원에 제소해 부다페스트에 학교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아데르 대통령의 개정안 서명 소식에 헝가리 시민 수백명이 대통령 궁 앞에 보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야당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야당인 사회당은 "국익과 국민통합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데르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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