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1년인데'…서울 지하철 안전문 센서 교체 지연
업체가 시험인증서 못 내 납품 기일 넘겨…"계약 해지 vs 유지 고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해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다음 달이면 1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 센서는 하나도 교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서울 지하철역 일부 스크린도어 센서를 기존 적외선에서 레이저 센서로 교체하는 사업을 따낸 업체는 납품 기일인 올해 2월을 2개월 가까이 넘기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1월 스크린도어 안전사고 방지 대책으로 101억원을 들여 97개 역 6천742곳의 스크린도어 장애물 검지 방식을 레이저 센서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적외선 센서는 작업자가 선로 쪽에서 점검해야 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레이저 센서는 승강장쪽에서 작업할 수 있어 더 안전하다는 이유였다.
시 관계자는 "센서 교체 작업을 제때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레이저 센서는 원래 다 수입품인데, 해당 업체는 자체 개발해 부착한다고 했다. 그런데 품질시험원에서 시험인증서를 아직 받지 못해 시에 제출을 못 하면서 납품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인증 기관에서 테스트를 거친 일종의 품질 인증서를 받아 제출해야 하지만, 아직 이 단계조차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구의역 사고와 김포공항역 사고처럼 스크린도어 사고가 잇따랐지만, 정작 후속 대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를 잃고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시는 이 업체와 계약을 유지할지 아니면 해지할지, 가장 빨리 교체 작업이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두고 고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우선 협상 대상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 해당 업체에서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자칫하면 교체 작업이 더 늦어질 우려가 있다"며 "우리 쪽에서 기다리면 시험인증서를 받을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어떤 방안이 더 (센서를) 빨리 교체하는 방안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내년까지 서울 시내 모든 역사에 레이저 센서를 설치하는 계획은 그대로 갈 것"이라며 "원래 외국 제품이다 보니 국내에 아직 개발된 제품이 없어 수급상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일부 역사를 대상으로 한 스크린도어 재시공 역시 하겠다고 나선 업체가 없어 공전 중이다. 한 차례 유찰돼 현재 재입찰 공고 중으로, 이달 말께 낙찰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발주한 금액을 조달청에서 다른 지자체 사례를 들어 깎았다"며 "깎인 액수를 두고 시장에서는 입찰 금액이 낮다고 평가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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