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회색빛 세월호 "육안으로도 선체 변형 보여"
배 앞·뒷부분 기울기 달라…선미 쪽 변형 더 심한 듯
(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3년 만에 바닷속을 벗어나 부두 위로 옮겨진 세월호는 배 앞과 뒤의 기울기가 달라 보이는 등 육안으로도 선체 변형이 확인됐다.
10일 오전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올라온 세월호는 회색빛으로 바랜 표면 곳곳에 스민 붉은 녹이 선명했다.
세월호는 맨눈으로 보기에도 배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기울기가 서로 달라 전체적으로 뒤틀린 모습이 확연했다.
데크(난간)가 있는 선수 쪽이 부두 바닥 쪽으로 덜 기울었고 다인실 등 객실이 밀집하고 하층부 증·개축이 이뤄졌던 선미 쪽은 더 많이 기운 모습이었다.
특히 선미 쪽은 보는 위치에 따라 기울기가 심해 쏟아져 내릴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했다.
침몰하면서 해저와 닿았던 선미 부분은 위아래층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제 난간 등이 엿가락처럼 뭉개져 있었고 앞쪽에 비해 붉은 녹도 더 심했다.
뾰족한 선수 아랫부분은 인양 과정에서 밧줄 등에 긁힌 듯한 자국이 선명했고 쩍쩍 갈라지고 부식된 철판 일부가 뜯긴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선수 데크에 크레인으로 추정되는 흰 조형물이 서 있던 자리는 인양 과정에서 잘려나가면서 녹슨 쇠꼬챙이 같은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창문에 설치된 철망도 붉게 산화돼있었고 일부 창문은 그나마 철망조차도 없는 곳도 있었다.
선체 갑판과 난간·층별 유리창에 각각 칠해졌던 짙은 녹색과 흰색 페인트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선수 바닥 부분에만 빛바랜 파란 빛깔이 남아 있었다.
각지에서 온 시민들은 항구 철망 사이로 세월호를 바라보며 "아가, 왜 거기 따라갔냐"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처참하다. 가족들이 하루빨리 눈앞에서 저 배를 보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얼른 미수습자들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선체 상태 변화에 가장 가슴을 졸이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3년 동안 짠물에 잠겼던 배가 열과 햇빛을 받아 산화나 부식이 가속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컸다. 아침에 선체 변형이 일부 일어났다는 소식에 너무 놀라 배 앞으로 뛰어갔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원래 거치 장소로 옮기지 않고 이곳에서 수색하겠다는 해양수산부의 설명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 고생하시는 많은 분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 수색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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