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비상] 시민 불만 폭발…"정부, 中에 왜 아무말 못하나"
각자 자구책 마련 골몰…창문에 차량용 필터 부착, 공기정화 식물 키우기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올해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가 건강을 위협하고 일상 생활마저 방해하자 시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10일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월 서울의 미세먼지(PM2.5) 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는 14일로, 2015년(5일)과 2016년(2일)에 비해 9∼12일 증가했다.
인터넷 등에는 미세먼지 오염을 초래한 중국을 비하하는 적나라한 표현과 중국에 오염 문제 시정을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넘친다.
네티즌들은 "중국에 강하게 얘기하라", "(중국에) 말도 못하는 정부, 갈수록 심각해지는 대기오염, 정말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며 "미세먼지 좀 다 가져가라. 미세먼지 때문에 살 수 없을 지경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를 둔 서울 송파구의 한 주부(40)는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한다"며 "아이들이 놀이터에 가서 놀고 싶어 해도 '오늘도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서 안 돼'라고 말할 때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공기청정기가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학교에도 공기청정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관내 각 학교 교실에 공기 정화 시설 설치 방안을 포함한 미세먼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 대책을 확정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민감군인 학생들에게는 보건용 마스크를 보급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부의 늑장 대응에 시민은 각자도생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설된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에는 최근 가입자가 급증해 현재 회원이 4만6천 명에 달한다.
이 카페에 오른 글을 보면 시민들은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몇 달간 '베란다에 차량용 필터를 설치했다'는 글은 수십 개 올라왔다. 환기는 해야겠는데, 미세먼지가 걱정인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차량용 필터 여러 개를 창문에 붙여 미세먼지를 막는 것이다.
또 공기 정화에 좋다는 식물을 수십 가지를 나열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 전문가 수준의 글도 올라와 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갈만한 곳이나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 등 실용적인 미세먼지 줄이기 정보나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가 적은 지역 찾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게재돼 있다.
아울러 입법 예고된 실내공기질법안 찬성운동, 전국 보육 및 교육기관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며 미세먼지 문제 개선을 위해 직접 움직이고 있다.
초등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에는 공기가 안 좋은 날 결석을 시켰다"면서 "그렇지만 이제는 초등학교라 그럴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매일 대기오염이 심각해서 언제는 보내고 언제는 안 보낼 수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sungjin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