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외무, 아사드 계속 비호하는 러시아 방문 취소(종합)
러 "서방, 자신들만의 세계에 살아"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최근 시리아 사태에 대한 항의표시로 다음 주로 예정됐던 러시아 방문을 취소했다.
존슨 장관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사태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며 "현재 내 우선순위는 오는 10∼11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지상에서 휴전과 강화된 정치 절차를 위한 조율된 국제사회 지지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 및 다른 국가와 계속해서 접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외무장관은 애초 오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는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무기 공격 후에도 러시아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계속해서 비호하는 상황을 개탄한다"며 방문 취소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에 대한 항의표시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또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지난주 발생한 충격적 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국제사회의 일원과 협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존슨 장관은 러시아 방문 취소가 동맹국인 미국과 조율된 사안이라는 점도 밝혔다.
그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이번 계획을 세부적으로 논의했다며 틸러슨 장관은 러시아인에게 국제사회의 명백 하고 조율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계획대로 G7 회담 이후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국무부는 틸러슨 장관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7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뒤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틸러슨의 방러는 11~12일 이루어질 예정이다.
존슨 장관은 자신과 틸러슨이 모두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을 알맹이 없는 논의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는 꼴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 영국 일간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영국 외무장관의 갑작스러운 방러 취소 결정에 반어법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 서방 동료들은 독특한 스스로의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그 안에서 집단적 계획을 세웠다가 그 뒤 다시 황당한 이유를 들어 집단으로 그것을 바꾼다"고 꼬집었다.
자하로바는 "우리는 항상 굳건한 국제법적 기반 위에 (서방과) 안정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서방의 대외정책에서 안정성과 지속성이란 특징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일이 영국과 러시아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양국 관계는 현재 상당히 저조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러시아와 대화를 요구한 영국 의회가 외무장관보다 현명하고 용감했다면서 "영국 외무장관은 미국 국무장관에게 러시아 회담의 우선권을 양보했다.이는 신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를 때 하는 행동"이라고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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