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겨냥한 무차별 차량 돌진 테러 유럽서 빈발
2010년 美 국토안보부 新 테러수법으로 이미 경고
발각 가능성 큰 총기·폭탄에 비해 손쉽게 감행할 수 있어 IS 선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평화로운 봄날 오후의 도심의 번화가를 거닐던 시민들이 또다시 차량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테러로 희생되는 참극이 스웨덴에서 발생했다.
트럭이나 SUV 등 중·대형 차량을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돌진시켜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 방식이 점차 극단주의 세력의 정형화된 수법으로 자리 잡고 있어 대테러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톡홀름의 번화가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공격은 지난해 여름 프랑스 니스와 겨울 독일 베를린에서의 트럭 테러, 지난달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있었던 SUV 차량 테러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사건은 런던에서 비슷한 유형의 테러로 용의자를 제외한 총 5명이 시민이 목숨을 잃은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보행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충격을 더하고 있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는 작년과 올해 특히 부쩍 유럽의 주요 도시들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20일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쇼핑을 위해 인파가 밀집한 크리스마스 시장에 트럭이 덮쳐 12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앞서 지난 7월 바캉스 시즌에는 관광도시 프랑스 니스에서 축제를 즐기던 인파를 트럭이 덮쳤다. 이 트럭은 30여 분간 '거대한 흉기'로 변해 시속 60km 속도로 광란의 질주를 벌여 8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경찰의 집중 사격을 받고 나서야 트럭은 살인 행진을 멈췄다.
유럽에서만 이런 유형의 테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캐나다 퀘벡 지역에서 2014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1명이 숨졌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갈등 와중에 동예루살렘,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서도 유사한 테러가 여러 차례 일어난 바 있다.
트럭과 SUV 등 중대형 차량을 이용한 테러는 그 잔인한 수법과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공포에 질리게 한다는 측면에서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테러 세력이 자주 선동해오고 있는 방식이다.
이런 뚜렷한 동향 때문에 주요국가들의 대테러 당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차량돌진 참극을 경계해왔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미 오래 전인 2010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체육행사, 여가시설, 쇼핑센터 등이 차량돌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차량 테러는 IS의 거점에 합류해 사격과 폭탄 사용법 등 전문적인 테러 훈련을 받지 않은 자생적 테러리스트, 즉 '외로운 늑대'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수법으로 평가된다.
총기나 폭탄을 이용한 테러는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무기를 사전에 발각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고, 흉기 테러는 경찰의 총격으로 쉽게 제압될 수 있다.
반면에 차량은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별다른 제지 없이 감행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IS 등 극단주의 세력이 차량 테러를 선동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서방국가들의 대테러 당국은 대형 화물차량을 운용하는 업체에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에 등재된 인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실상 차량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차량이란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필수 운송·교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제 동맹군의 거점 공습과 각국 정보당국의 촘촘한 감시망에 따라 갈수록 수세에 몰리는 IS는 당분간 차량 테러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비대칭 테러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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