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미국인으로서 꽤 걱정스러워"…정치발언 수위 고조
"시리아 정부군 비행장 공격해야"…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비난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의 현재 상황이 걱정스럽다며 '트럼프 정권'에 일침을 날렸다.
6일(현지시간) 의회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의 여성' 서밋에 참석해 "개인으로선 잘 지내지만 미국인으로선 꽤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안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개인적인 모자를 벗어 던지고 시민 모자를 써야겠다. 우려스러운 일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피했지만 반(反)이민 행정명령,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기 등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클린턴 전 장관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읽힌다.
그는 시리아 내전 등 트럼프 정부가 직면한 문제를 거론하며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가스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군의 비행장을 공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리아 민간인 죽음의 대부분을 시리아 공군 탓으로 돌리면서 "사린가스를 무고한 시민들에게 투하하지 못하도록 (시리아의) 공군 비행장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 칸셰이쿤에서는 화학무기 살포 공격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해 최소 72명이 숨지고 300여 명이 다쳤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주요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가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또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공격 행위"라며 비난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물론 불신과 혼란의 씨를 뿌리길 원했다"며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 "몇 번이고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한동안 조용히 지냈지만 최근 들어 대중 앞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 발언 수위도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한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에모리대에서 한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전략으로 미국의 인권 수호 의지가 퇴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92세 고령인 카터 전 대통령은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인권 수호자로서의 미국 역할이 약해지는 추세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으로 역할 약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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