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하철 테러용의자 시리아 내 우즈벡 반군조직과 연계"
러 당국 "용의자 고향인 키르기스에 진출한 조직…폭탄 제조 설명서 받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지하철 자폭 테러 용의자인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출신의 20대 청년이 시리아 반군 진영에서 싸우는 우즈베키스탄 테러 조직의 영향을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러시아 언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테러 사건을 수사 중인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지하철 자폭 테러 용의자인 키르기스 출신의 아크바르존 드잘릴로프(22)가 시리아 반군 진영에서 싸우는 우즈베키스탄 테러 조직으로부터 확보한 설명서에 따라 자신의 집에서 사제폭탄을 제작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드잘릴로프는 범행 전 우즈벡 테러 조직인 '투하히드 발지하드' 소속원들과 인터넷으로 교신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위원회 대변인 스베틀라나 페트렌코는 드잘릴로프의 거주지 수색에서 양면테이프, 알루미늄 포일과 다른 지하철역에서 발견돼 제거된 미폭발 폭탄장치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부품 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당국은 드잘릴로프가 자폭 테러에 사용한 폭탄과 다른 지하철역에 설치한 폭탄을 모두 집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수사당국은 키르기스 출신의 우즈벡인인 드잘릴로프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우즈베키스탄 테러 조직인 투아히드 발지하드의 영향을 받아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아히드 발지하드에는 드잘릴로프의 고향인 키르기스 서남부 오슈 출신 우즈벡인들을 포함해 수백 명의 우즈벡 전사들이 소속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슈는 우즈베키스탄과 인접한 지역이다.
지난해 키르기스스탄 당국은 오슈주(州)에서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반군 전사들에 대한 대대적 체포 작전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은 현지 주민들을 포섭하고 테러를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오슈 법원은 투아히드 발지하드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활동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하로 숨어들어 간 조직은 인터넷을 통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드잘릴로프는 약 한 달 전 고향인 오슈에 다냐왔으며 이후 투아히드 발지하드 소속원들과 교신하는 과정에서 폭탄 제조 설명서를 받은 것으로 수사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 속한 중앙아시아는 과격 이슬람 세력의 새로운 온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이슬람권이고 산과 사막 등 최적의 훈련장소를 갖춰 테러조직엔 매력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 출신 과격 이슬람주의자들 상당수가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IS 조직원 압둘가디르 마샤리포프(34)는 올해 새해 첫날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에서 총기 난사로 39명을 살해하는 테러를 저지른 바 있다.
드잘릴로프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투하히드 발지하드'가 실제로 IS와 직접적 협력 관계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드잘릴로프는 지난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플로샤디 보스스타니야'(반란광장)역에 소화기로 위장한 폭발물을 남겨둔 뒤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른 노선의 '센나야 광장'역으로 가 '테흐놀로기체스키 대학'역 방향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객차 안에서 배낭에 든 폭발장치를 터뜨려 자폭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반란광장 역에 남겨진 폭발물은 미리 발견돼 안전하게 제거됐다.
이번 지하철 테러로 지금까지 14명이 숨지고 49명이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10명 정도가 중태라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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