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제부터가 시작…미수습자 9명 찾는 게 궁극 목적
있는 모습 그대로 선체수색 시도, 객실 절단은 보류
(목포=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세월호를 육상에 올리는 데 1천90일이 걸렸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미수습자 9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맹골수도 수심 44m에 침몰한 세월호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한 궁극 목적은 미수습자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단원고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 학생, 단원고 고창석·양승진 교사, 일반 승객 권재근 씨와 여섯 살짜리 아들 혁규, 이영숙 씨의 가족은 3년을 기다려왔다.
해수부와 선체정리 용역을 맡은 코리아쌀베지는 미수습자가 있을 가능성이 큰 구역을 먼저 수색하고, 점차 나머지 객실과 화물칸 등으로 수색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일단 4층 A데크 선수 부분 왼쪽에 남현철·박영인·양승진·고창석 씨 등 4명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4층 선미에 조은화·허다윤양, 3층 B데크 앞쪽에 권재근 씨와 아들, 주방 쪽에 이영숙 씨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해수부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의 수중 촬영 영상과 폐쇄회로(CC) TV에 찍힌 미수습자들의 마지막 동선, 생존자 진술, 미수습자 가족의 증언 등을 모아 미수습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당초 해수부는 세월호의 선수, 선미 객실부분 2개를 잘라낸 뒤 각각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똑바로 돌려 세월호 옆에 내려놓고 미수습자를 수색하려 했다.
해수부는 이러한 '객실직립방식'이 소요시간·안정성·비용면에서 세월호 전체를 똑바로 세우거나 위에서부터 구멍을 뚫어 수색하는 방식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족과 선체조사위는 객실 부분을 대규모로 절단하는 데 대해 "증거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해수부는 객실 절단방식을 보류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선체수색을 시도하기로 했다.
원래는 육상거치시 해상크레인 사용이 쉽도록 객실부분이 바다를 향하게 두려 했으나 가족들 의견을 받아들여 객실부분이 부두를 향하게 바꿨다.
선체조사위는 선수, 선미에 각각 2개 조를 투입하고 중앙 부위에도 '워킹 타워'(진입용 구조물)를 설치한 뒤 2개 조를 들여보내 수색하자고 제시했다. 로봇 캠, 드론, 내시경 장비 등도 활용된다.
다만, 세월호 선내에 펄과 유성 혼합물, 내부 집기류 등이 뒤엉켜 있고, 아파트 9층 높이(22m) 공간을 세로로 수색하는 데 따르는 추락 위험성 때문에 본격적인 수색이 가능한지는 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코리아쌀베지 작업자들이 A 데크(선체 4층) 선수 좌현 객실 부분으로 24m가량 진입해 선내 상황을 파악했다.
헤드 캠(머리에 장착하는 카메라)으로 촬영된 사진에는 벽체, 철제 파이프, 목재 등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전쟁터 같은 장면이 담겼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진실규명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수색작업이 조속히 진행되길 바란다.
4월 16일이면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3주기다. 단원고 여학생 황지현 양은 참사 197일만인 2014년 10월 28일 자신의 생일에 기적처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참사 3주기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기적이 일어나길 애타게 바라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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