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담판' 목전 미사일 쏜 北…'우리 놓고 흥정말라' 경고 해석
존재감 과시용인 듯…미중 대북압박 논의에 정면대응 의지 발신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5일 오전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은 오는 6∼7일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무력시위'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미사일 문제를 두고 벌이는 '담판'을 하루 앞두고 '우리를 놓고 흥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도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42분께 함경남도 신포 일대 지상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비행 거리는 60여km에 불과했지만, 최고 고도는 189㎞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수직에 가까운 93도 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줄인 상태에서 성능을 시험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초기 분석작업 결과 이는 북한이 지난 2월 12일 발사에 성공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미국명 KN-15)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북극성 2형'은 고체연료를 사용해 발사 준비시간이 매우 짧은데다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돼 탐지가 어렵다.
이처럼 위협적인 신형 전략무기인 북극성 2형을 북한이 발사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북압박 강화 논의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과 처음 마주앉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 등 다른 현안을 지렛대 삼아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며 '거래'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교두보' 격의 중거리 미사일(MRBM)인 북극성 2형을 발사해 '우리를 놓고 흥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양국에 보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거리 2천㎞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극성 2형은 일본 오키나와와 괌 미군기지 군사력을 겨냥할 수 있는 미사일이자 ICBM 개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미·중의 공모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한반도 증원전력 차단 능력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3일 외무성 대변인 문답을 통해 "미국이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우리의 숨통을 누르려 들며 끝까지 대결을 고취하는 이상 우리도 그에 맞게 기꺼이 대응해줄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미국으로부터 대북 영향력 행사를 압박받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놓고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춘다"며 거칠게 비난해 왔다.
다만 이번 발사는 그동안 예상됐던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전략적 수준의 도발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담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대형 도발 대신 저강도 도발로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이 향후 단계를 높여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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