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2차토론…마크롱 vs 르펜, EU·무역장벽 싸고 공방 치열
지지율 선두 다툼 두 유력 후보 쟁점 현안마다 난타전
5명 나선 1차 때와 달리 군소후보까지 11명 참여해 발언권 경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19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마련된 2차 TV 토론에서는 유럽연합과 프랑스 경제정책 방향 등을 중심으로 양대 유력주자인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 간의 날 선 공방이 펼쳐졌다.
4일 오후 8시 40분(현지시간)부터 자정을 넘겨 4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토론에서는 지난 1차 토론에서 5명의 주요후보만 참여했던 것과 달리 군소후보들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후보가 나서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이 때문에 후보들 간에 발언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져 진행자들이 자주 중재에 나서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 후보 마린 르펜은 고율의 관세 부과 등 무역장벽을 통해 프랑스의 상품과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현명한 보호무역주의가 없다면 우리의 일자리가 차례차례 없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펜은 특정 부문에서 자국 상품을 보호하는 나라의 예로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가령 스위스는 농업부문에서 평균 5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한국도 41%를 매기고 있는데 이는 우리보다 훨씬 나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르펜이 언급한 한국의 관세율이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인지와 어떤 국가와의 교역에서 매겨지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늘리면서 관세장벽을 계속 낮춰가고 있는 사실을 간과한 발언으로 보인다.
르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 가장 집권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마크롱 후보는 르펜에게 '경제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그의 보호무역주의와 반(反) 유럽연합 공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마크롱은 유럽연합(EU) 탈퇴와 보호무역 장벽 강화를 공언하는 르펜에 대해 "국가주의는 전쟁"이라며 "나는 무덤들이 즐비한 곳 출신이라 잘 안다"고 공격했다.
마크롱의 '무덤' 발언은 자신이 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솜 지방의 아미앵 출신이라는 뜻으로, 르펜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가 간 장벽을 높이 세우고 고립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경우 과거의 갈등과 전쟁이 만연했던 유럽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르펜은 그러나 마크롱의 강한 유럽연합(EU) 건설 공약에 대해 "50년 전의 고리타분한 얘기"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마크롱은 "이렇게 말하면 미안하지만, 르펜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가 40년 동안 해온 거짓말을 똑같이 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극우정당 국민전선을 창당한 인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고 외국인을 혐오하는 발언으로 수차례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딸과 마찬가지로 자유무역과 국경개방에 반대하면서 고립주의와 폐쇄적인 프랑스 우선주의를 주장해왔다.
마크롱은 프랑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평소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이날 BFM TV와 CNEWS의 두 채널로 생방송이 된 토론에서는 마크롱과 르펜,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사회당 브누아 아몽 외에 11명의 후보가 참여하는 바람에 한 주제를 놓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발언하는 등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기까지 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이날 평소 미디어에서 거의 접하지 못했던 자동차 공장 근로자 출신 후보 필립 푸투, 공산당 후보 나탈리 아르토, EU에 적대적인 프랑수아 아셀리노, 니콜라 뒤퐁 애냥 등 군소후보들이 제각각 자신의 주장들을 펼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정작 주요후보들의 발언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후보들은 1인당 평균 17분 정도를 발언하는 데 그쳐 1차 토론 때 만큼의 열띤 분위기가 연출되지는 못했다.
지난달 20일의 1차 토론에서는 급진좌파 성향 후보인 장뤼크 멜랑숑이 선전해 이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다소 오른 바 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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