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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4수에 35세까지 실업자 생활 털어놓은 대학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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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4수에 35세까지 실업자 생활 털어놓은 대학총장

한석정 동아대 총장 '실패학' 토크쇼 눈길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저는 대학도 재수가 아닌 4수로 들어갔습니다. 다니던 직장은 다 없어졌어요. 35살까지 실업자 생활을 5번이나 했습니다."

4일 오후 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 리인홀에서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이날 연단에 오른 이는 다름 아닌 이 대학 한석정 총장이다.

취업과 미래 진로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한 총장은 '실패는 자산이다' 주제의 실패학 토크쇼 자리를 마련했다.






한 총장은 강연에서 자신의 이력서 2개를 공개했다.

하나는 서울대학교 출신에다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박사 학위 등 화려한 이력이 적힌 것이었고 또 하나는 대학입시 4수, 학사경고, 실업 등 청년시절 그의 실패가 빼곡히 기록된 이력서였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미국 대학 곳곳에 장학금 신청을 한 이야기, 몇 개월간의 짧은 기자 경력이 오히려 석·박사 신청에 도움이 된 경험 등 자신의 여러 실패 경험담을 1시간 가량 생생하게 털어놨다.

한 학생이 거듭된 실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느냐고 묻자 그는 "어떻게 견뎌왔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하도 많이 깨지니 온몸이 깨지는 방법을 습관처럼 기억하게 된 것 같다"며 "실패를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니 너무 예민하게 보지 말고 담담하게 받아들여라"고 조언했다.

그는 "들어가는 회사마다 망하면서 실업자가 되자 주변 친구들이 네가 가는 곳마다 망하니 미국 유학을 가면 그 곳도 망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하자 학생들에게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번 토크쇼는 한 총장이 직접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올바른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한 총장은 "학업, 취업, 결혼 등의 문제로 방황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실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들려주고 용기를 주고 싶어서 나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식 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이들의 축사를 과감히 생략하고 학교 경비원, 미화원 등이 등장하는 축하 영상물을 상영하는 등 권위를 내려놓은 검소한 취임식을 치러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취임 후 심신 단련을 위해 올해 신입생부터 태권도를 기초교양 과목으로 도입됐고 2학기에는 국내 대학에서는 드물게 실패학 강의를 기초교양 과목으로 개설할 예정이다.

ljm70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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