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라오스 북송 청소년' 이름 바꿔 선전매체 등장시켜
北홍보잡지, 건축대학 재학 '권성철' 근황 소개…체제선전 활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2013년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됐던 탈북 청소년들을 4년이 지난 최근에도 대외용 매체에 등장시켜 체제선전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5일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은 대학 진학 이후 이름을 바꾼 정황도 확인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대외 홍보용 잡지 '금수강산'은 4월호에서 2015년 평양건축종합대학에 진학한 '권성철'과 평양출판인쇄종합대학에 다니는 '류광혁' 등 라오스 북송 청소년 2명의 대학생활을 소개했다.
기사는 "남조선 당국의 유인납치 행위의 희생물이 될 뻔했던 아이들이 어머니 조국의 품에 안긴 때로부터 여러 해가 지나갔다"며 이들이 어엿한 대학생들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기사는 "원수님(김정은)을 건축설계로 받들어 나가겠다", "열정을 다 바쳐 꼭 건축설계용 프로그램 작성에서 일인자가 되겠다"는 권성철의 일기 내용도 전했다.
그러나 권성철이라는 이름은 기존에 '통일신보', '우리 민족끼리' 등 북한 선전 매체에 거론된 라오스 북송 청소년 9명 명단에 없다.
대신 북한 선전 매체들은 이들 청소년 가운데 '문철'이 2015년 4월 평양건축종합대학에 입학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수강산'에 실린 권성철의 사진과 이전 북한 보도에 등장한 문철의 생김새가 흡사한 것으로 볼 때 동일인이 이름을 바꿨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고아로 알려진 문철이 누군가의 슬하에 입양됐거나, 개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북한 당국이 북송 청소년들의 생활을 계속 관리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북한인권단체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북송된 청소년 중 문철을 포함한 2명이 처형되고 나머지 7명은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2014년 주장했으나, 북한은 이들을 기자회견에 세우고 학교 생활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한 바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들을 통해) 북한도 휴머니즘이 작동하는 사회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결혼이나 취직을 하면 또다시 선전에 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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