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은행의 '무인 지점' 실험…별실서 화상컨설팅도 제공
BofA, 25개 무인점포 구축…캐피털원, 커피숍처럼 지점 리모델링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굴지의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가 완벽한 무인화 지점을 실험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올해 들어 덴버에 2개, 미니애폴리스에 1개 등 3개의 무인화 지점을 개설했고 향후 전국에 모두 25개의 무인화 지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무인화 지점은 단순 업무차 방문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노후대책, 소규모 창업과 같은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려는 고객의 요구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업무를 원하는 고객들은 지점의 별실로 안내돼 화상회의를 통해 콜센터에 배치된 전문 인력들과 상담할 수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자산 기준으로 미국 2위이며 미국 내 지점 수로는 웰스 파고와 JP모건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은행이 무인화 지점을 확대하려는 것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지점망 개선 책임자인 찰스 류는 "지점이 죽었다고 말하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모델을 바꾸려는 노력의 첨단에 서 있다"고 말했다.
지점의 무인화는 고객들이 모바일 기기로 신속히 이동함에 따라 은행들의 소유한 부동산의 상당수가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6넌 사이에 미국 은행들이 운영하던 모두 9만5천18개 지점 가운데 6천8개 지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밝혀졌다.
볼티모어와 시카고, 필라델피아, 라스베이거스, 디트로이트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도시에서 지점이 크게 감소했고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사방 10마일 거리 내에 지점이 전혀 없는 "금융 사막"이 수십 개씩 생겨났다.
씨티그룹의 글로벌 소비자금융 담당 CEO는 고객들이 놀라운 속도로 모바일 환경을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미래 모델이 군살을 뺀 물리적 기반에 지배적인 디지털 환경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은행들은 그러나 전통적 지점이 신규 예금을 유치하는 최선의 채널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지점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지점을 자문 센터로 전환하거나 창구 직원을 없애고 이들을 금융자문가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자산기준으로 14위인 캐피털 원이 18개의 지점을 커피숍 형태로 리모델링한 것이 단적인 실례다.
캐피털 원은 커피숍에 J 크루의 청바지와 남색 상의(블레이저)를 차려입은 '대사'(앰배서더)를 배치하고 고급 커피를 저가에 제공하면서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은행측은 무료로 세미나 장소도 빌려주고 있다.
체이스는 5천40여개 지점에서 커피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지점들이 고객들에게 매력적이고 현대적인 공간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체이스의 지점 수는 2013년 정점을 찍었으며 이후 400개 가량이 정리됐다. 은행 측은 영업 환경이 좋지 못한 지역의 지점을 폐쇄했지만 유망 지역인 플로리다에는 올해 들어 16개의 신규 점포를 개설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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