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장수' 이재명, '의미있는 3등'으로 훗날 도약
전국적 대중 정치인도 도약…수도권 값진 2위 '발판'될 듯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막을 내린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3위로 결승점에 도착했다.
소년공 출신 최초의 '개혁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은 일단 무위로 돌아갔지만, 중앙 대선무대에 진출해 조직도 세(勢)도 없이 '개인기' 하나로 확실한 존재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3등'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전체 민심 지형의 바로미터이자 자신의 지역적 기반인 수도권에서 2위를 거머쥔 것은 후일을 기약할 '값진 전리품'이 됐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직후 지자체 최초로 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 파란을 일으킨 이 시장은 재선까지 거치며 SNS 상의 열성적 지지층을 중심으로 야권의 잠룡으로 몸값을 높이기 시작했다.
스스로 '변방의 장수'로 불러온 그는 "변방의 벼룩이 소를 잡겠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고, '박근혜 탄핵·구속' 같은 거침없는 돌직구로 '사이다'라는 별명과 함께 연말연초 탄핵 공간에서 주가를 올렸다. 한때 그의 지지율은 10% 후반대를 기록하며 문재인 전 대표를 맹추격하기도 했다.
지지율은 국회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뒤 올들어 한풀 꺾이기 시작했지만 그는 기본소득과 토지보유세 신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선명성을 내세워 입지 확보에 나섰다.
"저는 유산도 세력도 없다"고 공언한 이 시장은 '흙수저', '무수저' 타이틀을 무기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기득권에 대한 저항'은 그가 내건 깃발이었다. 물론 경선 과정에서 '형수 욕설' 사건 등이 다시 회자하는 등 가정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몇 번이나 사과해야 했던 것은 이 시장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27일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19.4%, 29일 충청 경선에서 15.3%를 각각 기록, 3위에 머물다 31일 영남 경선에서 안 지사를 누르고 2위에 올랐다.
3일 자신의 기반인 수도권에서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해 결선에서 대역전의 드라마를 쓰겠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당내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얻은 결과 치고는 성과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열성적 지지층도 재확인한 셈이다.
본선행에 나선 문 전 대표에게 있어서도 이 시장이 넓혀놓은 진보로의 영역 확대는 의미있는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진보적 선명성의 아이콘으로 부각, '전국구 대중 정치인'으로 이름을 확실히 알린 이 시장으로선 이번 대선 도전을 발판으로 훗날을 도모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 시장이 경기지사 내지는 서울시장에 도전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이 시장은 이날 마지막 경선 연설에서 "저는 모든 것을 걸고 신화와 금기에 도전했다. 종북몰이와 음해는 변방의 아웃사이더인 저에게 훌륭한 틈새시장이었고, 금기와 성역을 깨는 것은 정치생명을 건 취미활동이었다"며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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