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표지논문 게재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소리·혈압·터치·무게 등을 감별하는 '고신축성 전자피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포유류가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하는 원리를 본뜬 '생체모방' 기술로 설계됐으나 그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김도환 교수와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정희태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고신축성 전자피부에 관한 연구 내용을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표지논문으로 실었다.
연구진은 포유류 피부에 있는 대표적 촉각 수용체 중 하나인 '메르켈 세포'의 구성 원리에서 힌트를 얻어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메르켈 세포에서는 '점-유탄성'이라는 재질의 성질이 신호 전달에 결정적 역할을 맡는다. 점-유탄성은 탄성과 점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고체 내에 유체가 점성을 갖고 흐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성질은 압력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꿔 전달할 때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이로부터 힌트를 얻은 연구진은 폴리우레탄 고분자와 이온성 액체를 섞어 점-유탄성 박막을 만들고 이를 겹으로 쌓아 압전 소자(압력에 반응해 전기신호를 내는 소자)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전자피부가 감도가 높고 전력 소모가 적고 신축성도 뛰어나다며 "앞으로 이런 피부가 부착된 차세대 소프트로봇이 촉각 피드백을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알려주거나 정교하고 세밀한 수술을 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개발된 압력센서 기반 전자피부는 특정 압력 범위에서만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이를 벗어나면 감도가 낮았으나, 이번에 개발된 새 전자피부는 기체 흐름이나 소리 파동에 해당하는 파스칼(Pa) 수준에서 물체의 무게에 해당하는 메가파스칼(MPa) 수준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압력을 파악할 수 있고 신뢰성도 뛰어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는 터치 수준의 압력인 킬로파스칼(kPa) 수준과 메가파스칼 수준 사이의 압력 자극을 분별하는 포유류 피부의 인지 능력을 오히려 뛰어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와 관련된 기술로 국내특허 1건과 해외특허 3건을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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