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09.30

  • 0.00
  • 0.00%
코스닥

765.06

  • 0.00
  • 0.00%
1/4

英-스페인 300년 묵은 지브롤터 영토분쟁, 브렉시트로 또 점화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英-스페인 300년 묵은 지브롤터 영토분쟁, 브렉시트로 또 점화

EU, 회원국 스페인 편에…"지브롤터에 영·EU협정 적용하려면 스페인 동의필요"

스페인 반색 vs 英·지브롤터는 발끈 "스페인 염치없는 시도"

(런던 파리=연합뉴스) 황정우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남단의 영국령 지브롤터를 둘러싼 스페인과 영국이 갈등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 개시를 계기로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지브롤터와 관련해 EU를 떠나는 영국이 아니라 핵심 회원국인 스페인의 편을 들어주자 스페인은 반색한 반면에 영국과 지브롤터가 발끈하고 나서면서 300여년 묵은 영국과 스페인의 영토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를 둘러싼 양국의 분쟁에 영국의 EU 탈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지브롤터는 1713년 영국령이 된 이래 스페인의 영토반환 요구가 끊이지 않은 곳이다. 여의도 80% 크기의 면적에 3만명이 거주하는 지브롤터는 외교·국방을 뺀 전부를 자치정부가 결정하는 영국령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에 보낸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에는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는 스페인과 영국의 사전합의가 있어야만 EU와 영국 간의 협약이 지브롤터에 적용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영국이 EU를 떠난 뒤 공식 체결될 영-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브롤터에 적용되는 것을 스페인이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스페인에 일종의 '거부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EU 고위 관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영국의 EU 탈퇴 이후 어떠한 영-EU 합의도 영토분쟁 지역인 지브롤터에 적용되려면 스페인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위 관리는 "이 사안에 두 당사자(스페인과 영국)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EU는 회원국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면서 "지금은 스페인"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이 브렉시트를 지브롤터를 되찾을 수 있는 호기로 판단하고 여야 정치인들이 오래전부터 EU 고위 외교당국자들과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니고 멘데스 드비고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스페인이 (지브롤터에 대해) 주장하는 법적·정치적인 논거들을 EU가 인정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EU 회원국들의 분위기도 영국이 EU 회원국일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EU를 박차고 나가기로 한 영국의 편을 들어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브롤터와 영국은 즉각 반발했다.

파비안 피카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은 성명을 통해 "얄팍한 정치적 이익을 위해 EU 정상회의를 조종한 스페인의 염치없는 시도"라며 "그 어떤 것도 영국의 지브롤터에 대한 배타적 주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 고향에 대한 그들의 강박관념에 EU와 지브롤터 미래 관계를 담보로 잡으려 한다"고 쏘아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피카르도와 통화한 뒤 트위터에 "이전처럼 지브롤터에 대한 영국의 지지는 확고하고 바위처럼 단단하다"며 추호의 입장 변화도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

영국 의회 영·스페인의원그룹 위원장인 로프레스티 의원도 지브롤터 미래에 관한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가디언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정부 각료들이 지브롤터에 대한 영-스페인 공동주권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지브롤터 미래에 관해 자신들의 발언권을 키우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치러진 주민투표 결과 압도적인 99%가 영-스페인 공동주권 구상을 거부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당시 스페인 외무장관은 공동주권이 지브롤터 주민들로 하여금 EU 회원국들이 누리는 혜택들의 일부를 유지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고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알폰소 다스티스 현 스페인 외무장관은 지브롤터를 브렉시트 협상의 중심에 놓지 않겠다면서 지브롤터가 원한다면 자유롭게 EU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러서면서 갈등이 수그러드는 듯 했지만 이번 협상 초안으로 증폭된 채 되살아난 셈이다.

지브롤터 경제는 인근 스페인과 밀접하게 연결돼 영-EU FTA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페인인들이 일상적으로 지브롤터로 출퇴근하는 데다 스페인이 국경통제에 나설 경우 물자보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스페인의 입김에 취약하다.

지난해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지브롤터에선 브렉시트 반대가 96%에 달한 점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양측이 지브롤터 앞바다를 둘러싸고 영토주권 대립을 벌였을 때 스페인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물리력'을 행사해 국경을 지나려는 사람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결국, EU 집행위원회가 개입한 뒤에야 갈등이 해결됐다.


jungwoo@yna.co.kr,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