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한 수시·학종 논란…대선 이후 변화 불가피
"스펙·내신·수능 '멀티플레이' 부담" VS "학교현장·교육정책 변화로 개선 가능"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대학 수시모집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 효과를 놓고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과 교육 현장에서는 연일 찬반 양론이 부딪히는 모습이다.
특히 대선 이후 교육정책의 구조적·내용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0여년간 대학 입시의 큰 방향이었던 수시·학종 확대 기조도 어떤식으로든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 수시·학종, 교육계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은 물론 교육 현장에서도 연일 수시모집과 학종을 두고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8학년도 대학 모집인원 약 35만2천명 가운데 수시모집 인원은 25만9천700명가량으로 73.7%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치른 2017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중이 69.6%가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 비율이 더 높아졌다.
수시모집은 대부분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진행되는데 2018학년도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으로 14만900명가량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8만3천200명가량을 각각 뽑는다.
특차모집이 폐지된 2002학년도부터 입시 지형도를 바꾸기 시작한 수시모집과 학종은 10여년 만에 대입의 가장 큰 줄기가 됐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前) 대표는 수시모집 축소를 교육분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모집이 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모집보다 공정성 논란이 적고 사교육 부담도 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희정·이재명 후보도 공정성 측면에서 수시가 적지 않은 한계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축소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진보성향의 민간단체는 오히려 대선주자들의 이런 입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은 수시확대·수능 축소를 정책 기조로 삼아왔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조차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시를 확대해왔다"며 수시모집 축소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교육계에서는 사교육 축소와 공교육 강화를 강력하게 추구해 온 진보진영 안에서도 수시의 방향성을 논할 때는 '손발이 안 맞는'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 역시 "정시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수시로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대부분 정치인들이 정시입학세대다 보니 정시를 더 옹호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학생 '멀이플레이' 부담 덜고 공정성 강화할 방법은…
10여 년간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은 학종이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가려내는 데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학생들은 학종을 준비하면서 여전히 수능과 내신성적에도 신경을 써야 해 '멀티플레이어'가 되기를 강요받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점은 결국 교과 과외는 물론 면접학원·자기소개서 첨삭 학원·다양한 비교과 활동 과외 등 고가의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으로도 연결된다.
교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펙' 쌓기 활동 역시 부모의 뒷바라지와 사교육을 바탕으로 하면 훨씬 수월하므로 결국 학종은 부유층 학생이 수능에 매진하지 않고도 손쉽게 대학에 갈 수 있는 '금수저 전형'이라는 것이다.
공정성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수능으로 수험생을 줄 세워 뽑던 시절에는 입시제도의 획일성에 비판이 있었지만 전국의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풀고 같은 잣대로 채점한 성적통지표를 받았기 때문에 적어도 공정성 면에서는 학종보다 앞서 있었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이선영(49)씨는 먼저 아들·딸의 입시를 치러본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아이가 다양한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교사가 학생부에 아이의 세부능력을 얼마나 자세히 적어주느냐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 씨는 "각 학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평가방법, 교사 가치관이나 관점 등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학종은 아이들이 절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없는 입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교육정책 변화에 따라 학종의 특성과 위상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학종을 바탕으로 한 선발 비중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으로 회귀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므로 공정성이나 사교육 유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 오산고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박정준 교사는 "(학종 선발 비율을) 늘리느냐 줄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학종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대학은 어떤 아이들을 왜, 어떻게 뽑았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해 공정성 논란을 줄이고, 고교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하며 '변화의 노하우'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내신·수능·비교과 활동 등을 모두 신경써야 하는 부담을 줄이려면 교육정책의 방향성도 명확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