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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드라마의 변주는 어디까지?…'나인'부터 '터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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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드라마의 변주는 어디까지?…'나인'부터 '터널'까지

판타지 관심 커지자 시간여행의 다양한 이유와 매개체 등장

작품마다 성적은 천차만별…"결국 탄탄한 스토리가 성공 열쇠"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끊이질 않는다.

이젠 안 나올 때도 된 것 같은데 계속 나온다.

예능에서 '쿡방'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망하는 것도 있지만, 크고 작은 변주를 통해 생명연장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난 25일 시작한 OCN '터널'은 뚜껑을 열기 전 '어쩌자고 또 타임 슬립이냐'는 비아냥에 직면해야 했다.

이미 단물쓴물 다 빠졌다는 얘기. 그러나 '터널'은 2.8%로 출발해 2회에서는 3.1%를 기록하며 그러한 비아냥을 겸연쩍게 만들었다.





◇과거로, 미래로…문화적·역사적 충격이 주요 소재

지난해 방송된 SBS TV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현대의 화장품 가게 점원이 고려시대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해수(아이유 분)는 한순간에 '문맹'이 됐다. 한자를 읽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터널'의 주인공 박광호(최진혁)는 1986년에서 갑자기 2017년 세상으로 오면서 사방에 널린 '신문물'에 잇따라 놀라고 있다.

차 안에서 내비게이션 음성에 화들짝 놀라고, 태블릿PC를 보며 "콤푸타랑 비슷한데 왜 이렇게 작지"라고 중얼댄다. 스마트폰이 뭔지 모르는 것은 물론.

2015년 MBC TV '퐁당퐁당 러브'의 고3 수험생 단비는 조선 세종시대로 떨어진다. 단비 가방에 있던 편의점 인스턴트 떡볶이를 나눠 먹은 이도(세종)는 "뱃속에 화마가 들었다"면서 고통스러워하고, 단비의 스마트폰을 보고 신기해한다.





이처럼 시간여행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문화적·역사적 충격을 주요 소재로 다룬다.

과거로 이동한 자들에게는 역사가 무기가 된다. 이미 지나온 역사를 알기에 그것이 현재 상황에 대처하는 안내서가 된다. 2012년 SBS TV '신의'에서는 고려 공민왕시대로 떨어진 성형외과의 은수(김희선)가 대학입시를 치르기 위해 고려사를 외웠던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고는 했다.

반대로, 현대에서는 쉽고 간편하게 해결됐던 일들이 과거에는 적용되지 않아 곤란을 겪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2012년 MBC TV '닥터 진'에서는 현대의 천재 외과의 진혁(송승헌)이 1860년으로 떨어지면서 변변한 수술도구는 커녕, 외과수술이 정착되지도 않은 조선에서 어렵게 환자의 몸에 손을 대는 모습을 조명했다.






◇ 색다른 이유·다양한 매개체로 시간 이동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1985년 영화 '백 투더 퓨처'부터 줄기차게 만들어졌다.

2017년에도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은 시간 이동의 이유가 다양해지고, 시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고의 마무리'라는 찬사를 들으며 종영한 tvN '시그널'은 1980년대의 무전기가 매개가 됐다.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시간 이동을 하는 대신, 무전기를 통해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소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의 소통은 수십년 안 잡힌 연쇄살인범을 잡고, 여러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2013년 tvN '나인 : 아홉번의 시간여행'은 TV 앵커 선우(이진욱)가 20년전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얻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선우의 불행했던 가족사의 의문들을 해결하고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터널'은 형사가 범인의 뒤를 쫓으며 들어간 터널에서 30년의 시간을 뛰어넘게 된 이야기다. '시그널'의 헝사들은 무전기로 소통만 했지만, '터널'은 아예 과거의 형사가 현재로 와버린 게 다르다.







지난 25일 막을 내린 tvN '내일 그대와'는 지하철 1호선 남영역이 시간 이동의 매개체가 됐다. 지하철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와 그것이 이후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쫓아가면서 정해진 운명에 맞서고자 했다.

SBS TV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는 사임당과 안견이 남긴 그림을 매개로 조선시대와 현대의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다.



◇ 현실을 뛰어넘은 판타지에 대한 호기심

김지영 CJ E&M 홍보부장은 2일 "드라마 소재가 다양화되면서 타임슬립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책, 영화 등 문화계 전반에서 판타지 장르가 인기를 끌자 이게 드라마에서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로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국은 현실을 뛰어넘은 판타지에 대한 호기심이 시간여행 드라마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시간여행 드라마는 사랑, 운명, 범죄 등의 이야기를 판타지에 실어 나르며 변주를 꾀하고 있다.

수십년이 흘러도 잡히지 않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 꼬여버린 운명에 맞서기 위해,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판타지가 동원된다.







그러나 모든 쿡방이 성공하는 게 아니듯, 모든 시간여행 드라마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내일 그대와'는 신민아와 이제훈이라는 톱스타를 캐스팅해놓고도 1%의 시청률이 어려웠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말았다.

반복되는 시간여행으로 주인공들의 앞날이 계속 바뀌는 것은 '나인'과 비슷했으나, '내일 그대와'는 견고하지 못한 스토리 전개로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야기의 허점도 많았다.

또 '사임당:빛의 일기'의 경우는 왜 시간여행을 소재로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엉성하다.

드라마 관계자들은 시간여행 판타지는 하나의 장치일 뿐, 결국은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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