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홍럼프식' 거침없는 말말말…막말논란 빚기도
전직 대통령에 "뇌물먹고 자살한 사람" "춘향이 아닌 향단이"
"야권에 기운 대선서 주도적 판짜기 위한 계산된 발언"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는 당내 경선 기간 '홍럼프(홍준표+트럼프)'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홍 후보는 지난달 16일 정치자금법 항소심 무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친박(친박근혜)계를 '양박(양아치 친박)', '박근혜 치맛자락을 잡고 있던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을 시작으로 거칠고 강한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날 대선후보 수락사에서도 연설문도 없는 즉흥 연설을 통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해 '얼치기 좌파'라고 공격하고, "나는 천민 출신, 무지렁이 출신"이라며 독특한 화법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홍 후보는 경선 내내 막말 논란에 시달렸지만 정작 본인은 야권에 '기울어진 운동장' 판세에서 발언의 주목도를 높이고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판을 짜기 위해 계산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홍 후보의 발언이 처음으로 논란을 불러온 것은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했다가 논란을 빚자 "막말이 아닌 팩트"라고 되받아쳤다. 이후 "훌륭한 대통령이지만 의로운 죽음은 아니었다"고 했다가 "자살이라는 용어 대신 '극단적 선택'이라고 바꿔 말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 대선 출정식에서는 정치자금법 혐의가 유죄로 되면 "노무현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또다시 논란을 빚었지만 그는 무죄를 확신해 자살할 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화했다.
홍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서도 거친 공격에 나섰다. 그는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뇌물 받는 것을 몰랐다면 깜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고, 노무현정권이 "뇌물로 시작해 뇌물로 끝난 정권"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 전 대표의 집권은 '노무현 2기', '뇌물정권 2기'에 불과하다"며 "TV토론에서 붙으면 10분만에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전 대표의 적폐청산론에 대해 좌파와 우파 모두 적폐가 있다고 지적한 뒤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어 한 번 돌리고 난 뒤에 새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정권교체론에 대해서는 "교체할 정권이 야권이 주도한 민중혁명으로 없어져 버렸다. 지금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대선을 '날치기 대선'이라고 규정했다.
야권의 '보편적 복지' 공약에 대해선 "공산주의 배급 제도"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춘향인 줄 알고 뽑았는데 향단이었다", "허접한 여자(최순실)하고 국정을 운영했다", "탄핵당해도 싸다"고 국정 실패에 공감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10억 엔이라는 푼돈에 거래했다. 외교가 아니라 뒷거래"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하며 박 전 대통령을 엄호하기도 했다.
그는 헌재의 탄핵 결정문을 "잡범들에게 하는 훈계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고, 검찰에 대해 "풀은 바람이 불면 눕는다. 그런데 요즘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시위에 대해 "민중혁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헌재를 향해서도 "여론에 따른 인민재판은 안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는 "묘하게 대통령 선거기간에 배가 떠올랐다. 어린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을 정치에 이용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자신의 후보자격을 문제 삼자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게 TK(대구·경북) 정서다", "싸울 상대는 문 전 대표인데 왜 내게 자꾸 시비를 거느냐.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였던) 이정희 같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출마에 대해 "초상집에서 상주를 하기 위해 출마한 것이 아니다"라며 "스트롱맨이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한반도 주변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지도자가 모두 극우 국수주의자라며 "한국의 지도자도 '스트롱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만 스트롱맨(strong man)의 사전적 의미는 철권으로 통치하는 '독재자'이기도 하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