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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아이콘'에서 시위의 상징으로 변신한 러버덕

러시아·브라질·세르비아 반(反)정부 시위에 대형 오리 인형 등장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전 세계 '힐링의 아이콘'이 된 러버덕이 최근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버덕은 네덜란드 출신 공공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으로 2007년 프랑스에서 26m의 초대형 크기로 '데뷔'한 이후, 네덜란드·브라질·일본·호주 등을 누비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2014년 석촌호수에 나타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초대형 고무 오리는 등장과 동시에 주변 호수나 강물을 거대한 욕조로 탈바꿈한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어린 시절 물속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행복감을 선사한다.






2일 외신에 따르면 러버덕은 최근 호프만의 의도와 상관없이 시위 현장으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지난달 26일 러시아 반(反)정부 시위 참가한 사람들은 손에 러버덕 인형이나 그림, 심지어 진짜 오리를 들고나와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에 대한 부패 혐의 조사를 촉구했다.

부정 축재 의혹을 받는 메드베데프 총리가 별장 연못 한가운데 오리 집까지 짓고 호화 생활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풍자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지우마 호세프 당시 브라질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에 러버덕이 나타났다.

계속되는 경제난과 정부의 부패 스캔들에 성난 시위대는 대형 고무 오리 모형을 들고나와 "오리에게 대가를 충분히 지불했다(Enough paying the duck)"고 외쳤다.

현지에서 '오리에게 대가를 치른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즉, 브라질 시위대에게는 호세프 전 대통령이 오리인 셈이다.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구멍 난 정부 세수를 메우려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려다 역풍을 맞기도 한 만큼 이러한 표현이 잘 맞아떨어진다.






앞서 2015년에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주민들이 러버덕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

시위대는 당시 알렉산다르 부치치 총리가 추진한 38억달러(약 4조2천484억원) 규모의 강변 개발 프로젝트가 도시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가 승인되는 과정에서 부패 혐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아어로 '파트카(patka)'는 오리를 뜻하는데 동시에 '사기, 가짜'라는 의미도 있다.

시위대는 대형 오리 풍선과 함께 행진하며 "부자들이 강변을 차지하고 앉아 강을 개인 연못으로 바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 그들에게 사기임을 보여주자"고 외쳤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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