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천년만의 생물 대이동에 인류 위기" 세계 과학자 경고
기후변화에 따른 종합적 변화 결국 인간에 충격
'병충해 만연·신종 질병 확산·토종산업 붕괴 위기"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지구온난화가 빙하기 이후 최대의 생물 대이동을 불러 생태계와 인간의 삶에 큰 위기가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는 세계 40여 개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 다양성 재분배' 논문에서 제기됐다.
31일 해당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기온의 상승은 물론 해수면 상승, 바다 산성화, 가뭄·홍수의 빈발 등을 불러오면서 2만5천여 년 전 빙하기 절정 이후 최대의 생물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생물 대이동의 핵심은 수많은 생물 종이 더 따뜻해진 기후를 피해 극지방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 결과 육지 생물은 10년간 17㎞의 평균 속도로, 바다 생물은 72㎞의 속도로 극지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결과 병충해의 확산을 비롯한 예상치 못한 각종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모기가 살지 않던 지역이 따뜻해지면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 노출되자,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없던 해당 지역 사람들은 큰 위험에 처하게 됐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라임병을 옮기는 진드기가 북쪽으로 향하면서 라임병 발생이 크게 늘었다. 영국에서는 무려 10배나 늘었을 정도다.
식량 생산도 위협받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커피 생산이 더 높고 서늘한 고도로 옮겨 가야 해 세계 커피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병충해 또한 벌레, 새, 개구리 등의 천적이 이동하면서 덩달아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0년 내 삼림 자원의 3분의 1이 목재 생산에 쓸모없는 나무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어류마저 북극 지방으로 향하면서 아이슬란드의 어획량은 2006년 1천700t에서 2010년 12만t으로 늘었지만, 다른 나라의 어획량은 그만큼 줄었다. 이로 인해 '고등어 전쟁'마저 촉발됐다.
호주와 미국 남부에서는 맹그로브가 극지방으로 향하면서 이들이 주던 혜택마저 줄고 있다. 강가나 늪지에서 자라는 열대 나무인 맹그로브는 폭풍우를 막아주고, 어류의 서식지 역할을 한다. 더 따뜻해진 호주 해역은 열대어의 유입으로 해초 숲이 황폐해져 중요한 바닷가재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생물의 대이동이 지구온난화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북반구 숲에서 나무좀이 북쪽으로 확산하면서 더 따뜻해지고 건조해진 기후와 맞물리자, 심각한 해충의 확산과 나무의 죽음, 빈번한 산불 발생을 불러오고 있다. 산불이 자주 일어나면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ZSL동물학연구소의 나탈리 페트렐리는 "세계는 현재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으로 발생하는 생물 대이동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서 이러한 생물 대이동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도 지역에 나타난 신생종의 출현을 보고하는 등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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