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바다 보며 산도 타는 마산 '저도 비치로드'
새 단장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일품…굴구이 등 해산물도 발 길 붙잡아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는 생김새가 돼지를 닮아 저도(猪島)라 불리는 섬이 있다.
남북 길이 1천750m, 동서 너비 1천500m에 불과한 넓지 않은 섬이다.
조그마한 섬이지만 다리가 2개나 놓여 있다.
걸어서든, 차를 타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뭍이나 마찬가지다.
창원시내에서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아 주말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창원시는 2010년 접근성이 탁월한 이 섬에 '저도 비치로드'로 이름붙인 둘레길을 조성했다.
해안선을 따라 나무데크를 설치하거나 새 길을 만들어 둘레길을 냈다. 섬 가운데엔 해발 202m 용두산으로 가는 등산로를 개설했다.
얼마전에는 1㎞짜리 나무데크길을 새로 깔아 끊어져 있던 해안선 둘레길을 이었다.
저도 비치로드는 1코스(3.7㎞), 2코스(4.65㎞), 3코스(6.35㎞)가 있다.
1코스는 해안선을 따라 걷는 구간, 2코스는 해안선과 산길, 3코스는 용두산 정상까지 가는 길이다.
코스별로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3구간 모두 대체로 완만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
3개 코스 모두 출발점은 저도 하포마을 옆 공영주차장이다.
주차장에 차를 댄 뒤 비치로드 입구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
입구에는 전국에서 온 수많은 등산동호회가 걸어놓은 매듭이 걸려 있다.
입구에서 만난 산불감시원은 "평일에는 창원시민들이, 주말이면 부산, 대구, 대전, 경기도쪽에서도 둘레길을 타러 올 정도로 경치가 좋은 길로 이름이 났다"고 소개했다.
저도 비치로드 묘미는 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너무 길지 않으면서 바다를 보며 등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안선 쪽 둘레길은 동네 아낙네들이 굴·조개 캐는 호미질 소리가 귀를 간지럽힐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간간이 부는 청량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전망대에 앉아 짧은 휴식을 취하면 이마에 맺히기 시작한 땀방울은 금방 사라진다.
길지 않은 해안 둘레길에 잘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4개나 있다.
전망대에 서면 왼쪽부터 구산면 앞바다, 거제도, 고성군이 차례로 보인다.
차를 타면 한참을 가야하는 거제도와 고성군이 바로 눈앞이다.
'통통통'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어선을 향해 손을 흔들면 선원들도 반갑게 손을 흔든다.
전망대 밑으로는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 트인 바다는 근심, 걱정을 싹 잊게 만든다.
해안 둘레길은 용두산 정상으로 통하는 산길과 이어져 있다.
경사가 거의 없는 해안 둘레길을 걷다 산을 타려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약간 숨이 찰라치면 금방 정상에 닿는다.
높이 200m를 간신히 넘기는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선 360도 사방 시원하게 바다를 볼 수 있다.
최근 저도에는 비치로드 말고 명물이 하나 더 늘었다.
저도로 가려면 뭍으로 이어진 2개 다리 중 하나를 건너야 한다.
하얀색 다리는 2004년 생긴 다리로 차량과 사람이 모두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바로 옆 빨간색 다리는 1987년 건설된 오래된 다리로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이 다리는 모양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붙잡힌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에 건설한 다리와 비슷해 '콰이강의 다리'란 이름을 얻었다.
창원시는 최근 이 다리 바닥 콘트리크 일부를 걷어내고 길이 80m자리 투명 유리를 깔아 '바다 위를 걷는 다리'(스카이워크)로 탈바꿈시켰다.
수면에서 다리 상판까지는 13.5m다.
유리 바닥에 서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시퍼런 바닷물 위로 배가 지나가는 모습을 손에 잡힐 듯이 볼 수 있다.
저도가 속한 구산면 일대는 청정해역이라 싱싱한 해산물도 유명하다.
저도로 가는 도로를 따라 횟집이 즐비하다.
저도 앞바다는 굴 생산지로도 이름이 높다.
늦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는 굴구이가 인기다.
주말만 되면 도로 옆 굴구이집마다 싱싱한 해산물 마니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번호표를 받고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갓 캔 싱싱한 생굴을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구이판에 올려 가리비, 새우 등과 함께 구워먹으면 짭조름한 바닷내음을 느낄 수 있다.
굴구이 맛을 다 보고 나면 굴죽이나 굴라면이 기다린다.
굴을 구우면서 나는 연기가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은 아늑한 어촌의 평화를 선사한다.
연기를 피해가며 굴을 까먹고 생선회라도 한 접시 곁들이면 둘레길 피로는 어느 틈엔가 사라진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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