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VR 사업 '인적쇄신'…오큘러스 창립자들 물러나
극우단체 후원·저작권 침해·사업부진 책임 물은듯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산하 가상현실(VR) 사업부문인 오큘러스에 대해 전면적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오큘러스 공동창립자 중 팔머 러키는 퇴사하고 브렌던 아이리비는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구글과 샤오미에서 일하던 휴고 바라가 페이스북 전체 VR 사업의 책임자로 영입됐다.
이는 오큘러스가 지적재산권침해소송 1심에서 패소하고 공동창립자 러키가 우익 정치단체 후원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뤄진 인사조치여서 주목된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오큘러스 공동창립자 팔머 러키는 31일(미국 캘리포니아 시간) 페이스북에서 퇴사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언론사에 보낸 공식 성명서에서 팔머의 발명가 정신이 현대의 VR 혁명이 시작되도록 도왔고 이 산업 분야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우리는 그가 오큘러스와 VR을 위해 한 모든 일에 감사하며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다만 페이스북은 팔머가 자발적으로 페이스북에서 퇴사했는지 경영진의 권고로 사직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키는 2012년 아이리비 등과 함께 오큘러스VR을 설립했으며 이 회사를 2014년 페이스북에 매각했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인수를 위해 들인 돈은 매입대금과 인센티브 등을 합해 30억달러(약 3조4천억원)에 이르렀다.
그는 오큘러스가 페이스북에 인수된 후에도 기기 설계 분야에서 일하면서 오큘러스의 '간판' 노릇을 해 왔으나, 작년에 '님블 아메리카'라는 우익단체에 기부금 1만 달러를 낸 사실이 공개된 후 거센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오큘러스 공동창립자 브렌던 아이리비는 4년여만에 오큘러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보다 직급이 낮은 PC VR 부문장으로 옮겼다.
페이스북은 이어 올해 1월 샤오미에서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던 휴고 바라를 영입해 VR 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실질적으로 아이리비를 경질하고 바라를 후임으로 임명한 셈이다.
페이스북은 러키와 아이리비에 대한 인사조치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으나, 사회적 물의와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키와 아이리비는 비디오 게임 개발사인 제니맥스와 체결했던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하고 저작권을 침해했으며 기술개발 주체를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최근 1심에서 패소했다.
올해 2월 미국 댈러스 소재 텍사스북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제니맥스가 페이스북과 오큘러스, 이 회사의 임직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에서 "오큘러스가 3억달러(약 3천400억원), 팔머 러키는 5천만달러(약 570억원), 브렌던 아이리비는 1억5천만달러(약 1천700억원)를 각각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오큘러스 사업이 기대에 비해 크게 부진한 점도 페이스북의 인사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큘러스가 지난해 3월말 내놓은 첫 소비자용 VR기기 '리프트'의 작년 판매 대수는 24만대(슈퍼데이터 리서치 추산)에 불과했다. 이는 경쟁 제품인 'HTC 바이브'(42만대)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75만대)에 비해 현격히 뒤지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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