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 정보 보호규제' 폐기…"통신업체에 과다 혜택" 비판
WSJ "구글ㆍ페이스북과 형평성 고려했다지만, 버라이즌ㆍ컴캐스트 정보 너무 광범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통신업체가 당신이 방문한 웹사이트, 사용한 앱들, 시청한 방송 프로그램, 전자상거래를 통해 사들인 물품, 자주 가는 레스토랑 등의 정보를 광고업자에게 판매하게 된다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지난 28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 조항을 무력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미국 통신업체들이 이용자 동의 없이 인터넷 사용 정보와 앱 활동을 추적하고 공유할 길이 열리게 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인터넷사업자로부터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이 조항은 미 의회의 이번 폐기 결의안 확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백악관 측은 "이 결의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WSJ는 "텔레콤 업체들은 이 규제로 인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 FCC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기업들과 규제를 받게 되는 통신업체 간의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며 반발했고, 이를 의회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자사의 사이트나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이용자 온라인 행동에 관한 데이터를 획득해 이를 이용한 광고로 글로벌 디지털 광고의 47%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WSJ는 온라인 광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 텔레콤 업체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 "통신업체의 유선, 무선 네트워크는 사용자가 웹상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무선인터넷, 브로드밴드, TV 서비스를 하나의 통신업체와 계약했을 경우 소비자가 사용하는 앱과 웹사이트, 그들의 위치와 친구의 활용 영역까지 통신업체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체들은 지난 1월 민감한 개인정보의 사용 및 공유와 관련해 고객들에게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고, 정확한 정보들을 꾸준히 제공할 것"이라며 자발적인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규제를 폐기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며, 이번 폐기 결의안 통과로 자발적 보호 선언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개인정보 보호 비영리기구인 일렉트로닉 프론티어 파운데이션의 피터 엑커슬레이는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들은 소비자 프라이버시에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우리는 이들에 대한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버라이즌이나 AT&T 등 몇몇 업체가 미국 시장을 과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작은 도시들의 경우 그나마 통신업체가 단 한 곳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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