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을 살리자]② "파면 빈 껍데기 일쑤"…어민들 한숨 '푹푹'
새만금방조제 후 전북 어업생산량 70% 급감…복원 노력 시급
(부안=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이거 봐 이거. 죄다 죽은 거 뿐이랑게. 안 되겄어. 다른 데는 어쩔랑가 저리로 가봐야지."
1일 전북 부안군 변산면 변산반도에 자리한 하섬 갯벌.
썰물을 이용해 각종 조개류를 캐러 나온 어민과 아낙 등 20여 명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봄바람에 일렁이는 파도 소리, 하늘 위를 오가는 갈매기 소리 속에서 아낙들의 구수하면서도 목청 큰 전라도 사투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멀리서 보면 마치 싸움하는 듯한 말투였다.
철벅거리는 갯벌에서 쉴 새 없이 호미질하던 박연아(60·여)씨는 허리를 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갯벌 속에서 바지락을 캐던 그는 바지락은커녕 폐사한 조개껍데기만 자꾸 올라오자 무척이나 신경질이 난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둘러보니 갯벌 위에 널브러진 바지락 대부분이 입을 벌린 채 말라 죽었고, 일부 빈 껍데기는 잔물에 밀려 이리 저리로 떠다녔다.
호미질이 꽤 능숙한 박씨는 40년째 부안군 하서면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온 아낙이다.
오래전부터 바다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왔지만, 어획량이 줄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자 수년 전부터 밭농사를 겸하고 있다.
박씨는 "갑자기 이렇게 되부렀어. 예전에는 바지락, 백합, 새조개 가리지 않고 캐면 나왔는데, 요즘엔 바지락만 나오고 그마저도 죽은 놈이 대부분이여"라며 핏대를 세웠다.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그녀는 "원인은 나도 모르재. 그래도 갯벌 덕에 자식새끼들 학교 보내고 다 키웠는디"라고 말끝을 흐렸다.
귀동냥으로 대화를 듣던 조용선(65)씨가 호미를 내려놓더니 버럭 역정을 냈다.
그는 "모르긴 왜 몰라. 나는 5살 때부터 갯벌에 나와 조개를 캤지. 새만금사업이다 뭐다 멀쩡헌 바다를 막아서 육지를 만든다고 난리를 치니 바다가 남아 나간디. 갯벌이 사라지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먹고살 수가 없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발전이라는 거대 담론과 별개로 간척사업은 이미 어민의 삶의 터전을 많이 앗아간 듯해 보였다.
전북환경단체에 따르면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된 이후 어업생산량이 70%가량 준 가운데 어업손실액은 자그마치 약 15조원에 달했다.
어민 수십 명이 갯벌로 나와 호미질을 한 지 2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의 바구니에는 씨알이 작은 바지락 한 줌이 전부였다.
이들이 함께 타고 온 경운기 2대에는 바지락을 담은 그물망 3개만 덩그러니 실려 있었다.
점차 갯벌에 물이 차오르자 바구니에 담긴 바지락을 씻던 김희주(63)씨는 "소리가 다르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는 "예전에는 바구니를 흔들면 많은 조개가 부딪히며 '썩썩'대는 소리가 났는데 지금은 '달그락'거린다"며 "부안 갯벌을 되살리고 있다는데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부안군 줄포면과 보안면 일원(4.9㎢)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생태계를 되살리는 중이다.
한승우 전북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새만금사업 개발로 전북 지역에 갯벌이 얼마 남지 않았다. 훼손된 갯벌을 되살리는 노력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훼손 정도가 가장 심한 새만금에는 해수유통을 통한 생태계 복원과 수질개선 등 친환경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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