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산들에도 뭇 생명이·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 모니카 렌츠 지음.
마지막까지 자존을 지키며 죽음을 맞는 '웰다잉'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스위스 장크트갈렌 종합병원에서 17년간 1천여 명의 임종을 지켜봤던 경험을 토대로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을 강의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전 과정을 임종 준비라고 한다면 통상적인 임종 준비에는 죽어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살피는 과정이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의 의료 관행은 죽음을 앞둔 환자의 불안, 공포, 절망을 보지 못한 채 오로지 육체적 고통을 완화하는 데만 관심을 둔다는 것이다.
죽음은 '육체의 죽음'이기 이전에 '자아의 죽음'이다. 실제로 환자는 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기 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아의 죽음을 먼저 경험한다.
저자는 존엄한 죽음을 위해선 떠나는 사람과 떠나보내는 사람 모두 죽음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죽음 앞에서 마냥 슬퍼하거나 절망하기보다는 죽음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세상. 전진만 옮김. 272쪽. 1만5천500원.
▲ 산들에도 뭇 생명이 = 권오길 지음
생물들의 숨은 얘기를 맛깔스러운 입담으로 풀어내 온 권오길 강원대 생명과학과 명예교수의 '~뭇 생명이' 시리즈 네 번째 책.
'흙에도 뭇 생명이', '갯벌에도 뭇 생명이', '강물에도 뭇 생명이' 등 전작들이 흙, 갯벌, 강물에 사는 생물들을 소재로 했다면, 이번에는 산과 들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 초점을 맞춘다.
흰개미 창자 속의 나무 섬유소를 분해하며 흰개미와 공생하는 단세포동물인 트리코님파를 시작으로 머리가 해머를 닮은 육상 플라나리아, 모든 동식물에 기생하는 선형동물, 암수한몸이면서 짝짓기를 하는 환형동물 지렁이, 달팽이, 산골조개, 독을 품은 두꺼비와 물두꺼비, 청개구리, 도마뱀, 돼지, 사향노루, 반달가슴곰 등등.
낯설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한 뭇 생물들의 알콩달콩한 얘기 속에서 인간이 배우고 깨달아야 할 자연의 교훈을 술술 뽑아낸다.
지성사. 208쪽. 1만5천원.
▲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 김유석 지음.
기존 역사책에선 다루지 않은 세계 각국의 형성 과정을 국기라는 창을 통해 보여준다.
한 나라의 상징인 국기에는 그 나라의 뿌리와 정체성이 담겨있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을 가득 채운 독특한 체크무늬는 크로아티아 국기에서 따왔는데, 여기엔 흥미로운 영웅담이 담겨있다.
10세기 말 크로아티아의 국왕 스테판 드르지슬라프는 아드리아해의 제해권을 놓고 도시국가 베네치아와 전쟁을 벌이다 져서 포로가 된다.
당시 베네치아 총독 피에트로 오르세올로 2세는 체스 실력으로 소문난 스테판 왕에게 체스에서 이기면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스테판 왕은 세 판을 내리 이기고 풀려나는데 이후에도 침략자 베네치아에 대한 항전을 계속했다.
크로아티아 국기의 체스 무늬는 외세에 맞서 싸운 스테판 왕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책 속에 가득 담긴 300여 장의 삽화가 35개국을 돌아보는 재미나는 역사 여행을 돕는다.
저자는 연세대 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네이버에 '뜻밖의 세계사'라는 역사 칼럼을 연재하는 등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틈새책방. 김혜련 그림. 464쪽. 1만9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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