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기 사업조정시 금품 오가면 자율조정 중지
중기청, 상생협력법 시행세칙 일부 개정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대·중소기업이 중소기업 사업조정을 할 때 금품을 주고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했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상생협력법) 및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해 추진하는 중소기업사업조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행세칙을 일부 개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신청인 및 피신청인이 상생기금 등 금전을 요구 또는 제안할 경우, 신청인 또는 피신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율조정회의에 2회 이상 무단 불참할 경우 조정심의회가 해당 사업조정 안건에 대한 심의를 완료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금전이 오갈 경우 양쪽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마쳤다고 주장할지라도 조정심의회가 한 번 더 내용을 들여다보고 판단하게 한다는 것이 이번 신설 조항의 골자다.
중소기업사업조정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비고유업종 사업영역에 대기업이 과도하게 침투해 생기는 분쟁을 조정함으로써 중소기업자의 사업활동 기회와 영역을 보호하려는 제도다.
상권 침해를 우려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면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대기업은 자율조정을 진행하고, 자율조정이 되지 않으면 조정심의회에 회부해 조정한다.
그런데 자율조정 과정에서 대기업이 '상생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상인들에게 돈을 줘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지속해서 생겨 논란이 일었다.
200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제기된 816건의 사업조정 신청 가운데 624건(76%)이 자율조정 처리됐는데 상생기금이 자율조정을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중기청은 시행세칙 개정 등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사업조정을 시작할 때 대기업과 상인들에게 금품 지원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막상 적발되더라도 별다른 조처를 할 수 없었다"며 "적발 후 어떻게 할지를 처음으로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품을 주고받은 사업조정 대상 대·중소기업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생기금을 바탕으로 한 협약 자체가 불법이 된다"며 "대·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이니 기업·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준수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kamj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