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기초단체장 선거폐지, 내가 임명"…민주주의후퇴 비판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계엄령 선포 경고에 이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29일 GMA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판탈레온 알바레스 필리핀 하원의원장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바랑가이 선거를 연기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바랑가이는 한국으로 치면 기초자치단체로, 3년마다 선거를 통해 대표(단체장)와 의원들을 뽑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바랑가이 대표의 40% 이상이 마약 밀매에 연루돼 있다"며 "선거 대신에 내가 직접 임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하자 하원 다수당인 여당이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선 것이다. 사실상 선거 폐지에 무게가 실려있다.
이에 대해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바랑가이 대표를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들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킬리노 피멘텔 전 상원의장은 "4만3천 명이 넘는 바랑가이 관료를 한 사람이 임명하면 자신들을 선출한 주민이 아닌 임명권자에게 충성하게 된다"며 민주주의 퇴보를 우려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는 1월 중순 마약 소탕정책과 관련, "상황이 매우 안 좋아지고 내가 원한다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며 말했다. 3월 중순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의 소탕을 위해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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