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대선 '깜짝스타'…부패 정치권 풍자로 청년후보 기염
"첫 아웃사이더 돌풍…젊은층의 정치 혐오감 반영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내달 2일 치러지는 세르비아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낸 25세의 청년이 부패한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는 루카 막시모비치. 우스꽝스러운 복장과 과장된 언변으로 무장한 그는 기성 정치인과 정치권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앞세워 부패한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27일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내달 대선에서 약 11%를 지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퓰리즘 성향의 현 총리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최근 여론 조사 결과 5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1차 투표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가운데, 초짜 정치인이 11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대선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세르비아어로 흰색을 의미하는 '벨리'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작년에 수도 베오그라드의 외곽에 있는 산업 도시 믈라데노바츠 지방 선거를 계기로 정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당시에도 흰옷을 입은 채 흰 말에 올라타 유세장을 누빈 그와 그의 동료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며 이들에겐 총 투표의 20%가량의 지지가 몰렸고, 이들은 지방의회에서 12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이에 고무된 막시모비치는 "세르비아의 정치적인 혼란은 '벨리'를 필요로 한다"며 대선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기존의 밋밋한 정치인들과는 달리 푸시업을 하고, 날계란을 흡입하는 등의 발랄한 동영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제 가는 곳마다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을 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세르비아 정치분석가들은 "경험과 기반, 자금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신참 정치인이 이 같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커다란 성공"이라며,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여론 조사 전문가인 스르디안 보고사블레비치는 "사상 처음으로 세르비아에 여론 조사 순위에 드는 아웃사이더 후보가 등장했다"며 "특히 젊은층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대통령이 돼)부자가 되고, 도둑질을 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기성 정치를 풍자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1세의 한 젊은이는 "고위직에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 든 정치인이 많이 있지만, 그들이 세르비아를 어떻게 끌고 왔는지 한번 보라"며"벨리가 아마 기존 지도자들보다 세르비아를 잘 통치할 것"이라며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벼락 스타가 된 막시모비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게 내 카리스마 덕분"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나와 같은)이런 비현실적인 인물이 이 정도까지 대중의 관심을 끈다는 것은 이 나라에 무엇인가가 확실히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에게는 "벨리에게 지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라"며 "이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새로운 세대가 오고 있다"고 조언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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