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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채권자들 "나만 손해 못본다"…'치킨게임'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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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채권자들 "나만 손해 못본다"…'치킨게임'돌입

시중은행, 손실분담 조건부 동의…"회사채 채권자들 채무재조정 동의해야"

산은·수은도 조건부 신규자금 지원…사채권자 결정이 '열쇠'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침몰 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 채권자들 간 '치킨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사채권자들은 "네가 손해를 좀 더 감수해야 나도 손실분담에 참여하겠다"는 식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대상선 구조조정 당시 있었던 용선주·사채권자·국책은행의 다툼이 고스란히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셈이다.

28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회생을 위한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7천억원 가운데 80%(5천600억 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5년 연기하는 데 동의했다. 대우조선이 신규 수주를 하면 5억 달러 규모로 선수금환급보증(RG)도 서주기로 했다.

다만, 여기에는 회사채 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시중은행들은 채무 재조정에 일단 동의하면서도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가 감자를 통해 대우조선이 여기까지 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대우조선을 향해선 인력 감축과 임금 반납 등을 통한 인건비 감축이 더 강도 높게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큰 틀에서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면서 공은 사채권자들에게 돌아갔다.

대우조선은 다음 달 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회사채 50%를 출자전환하고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하는 안건을 올린다.

사채권자 가운데서도 회사채의 29%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대우조선의 운명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 역시 '맨입'으로는 채무 재조정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산업은행이 추가 감자를 해야 출자전환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내놓으며 대주주 산은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야 자신들도 무담보채권 1조6천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신규자금 2조9천억원을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시중은행 채무 재조정→국책은행 채무 재조정과 신규자금 지원'이 촘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다.

첫 단추이자 가장 중요한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면 금융당국과 산은이 짠 '자율적 구조조정' 계획은 수포가 된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채무 재조정에 실패하면 대우조선이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가 채권자들이 더 큰 손실을 봐야 한다는 엄포를 놓는 중이다.

실제로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간다면 법원은 무담보채권 90% 이상을 출자전환하라는 가혹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 채권자들이 원금의 10% 이하만 건질 수 있는 셈이다.

각 주체가 상대방에게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며 유지하는 팽팽한 긴장은 다음 달 사채권자 집회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자들 간 '모 아니면 도' 식의 '치킨 게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상선[011200] 구조조정 당시에도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조건이 맞물려 하나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야 했다.

당시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용선주와 사채권자들은 서로 먼저 손실을 분담하라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용선주들은 산은에 현대상선을 지원할 신규자금을 얼마만큼 내놓을 수 있는지 먼저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에 2조8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할 당시엔 채권단과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동참 확약서를 두고 치킨 게임을 벌였다.

산은이 대우조선 노조가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본확충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노조는 '더 이상 희생은 없다'고 버텼다.

자본확충 없이는 법정관리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노조는 확약서를 제출했고, 지난해 말 자본확충이 이뤄져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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