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주자들 'PK 대첩'…"安風 지속" vs "경선 안 끝났다"
安 "단디 하겠다, 화끈하게 밀어주이소" 고향서 지지 호소
孫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냐"…朴 "이변 없는 경선은 달밤의 체조격"
'텃밭' 호남 벗어나 첫 지역 경선…흥행 고민에 투표시간도 연장
(부산=연합뉴스) 홍지인 박수윤 기자 = 국민의당 대선 주자들은 28일 세 번째 순회경선 지역인 부산·경남(PK)에서 세 대결을 이어갔지만 이미 승부의 추가 안철수 전 대표 쪽으로 기운 탓인지 열기가 '호남 대전'에는 미치지 못했다.
주말 호남경선에서 압승한 안 전 대표가 자신의 고향에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재점화를 시도한 가운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제각기 역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이날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후보 합동 연설회에 참석한 700여 명의 지지자는 각자 지지후보의 이름을 목청껏 연호하고 호루라기를 불며 투표장 열기를 띄웠다.
당 차원에서는 지난 25~26일 정치적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의 경선 열기를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이 PK 지역에서도 이어 가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오후 3시 현재 투표자 수가 6천447명에 불과해 '대박'이 난 호남 경선 때와 달리 당의 목표치인 1만명을 간신히 달성할 전망이다.
오전 한때 투표율이 예상보다 부진하자 박지원 대표는 트위터에 "지역위원회별 투표자 수가 나오니 각별히 유념하세요. 지역위원장님들은 발로 뛰세요"라면서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당 선관위는 투표 마감 시간도 당초 오후 6시에서 오후 7시로 한 시간 연장하는 등 투표자 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안철수 '여유' vs 손학규·박주선 '긴장'…PK 구애작전도 = 이날 주자들의 정견발표에서는 날카로운 긴장감이 흘렀다.
사회자의 식순 소개를 들으면서도 안 전 대표는 미소 띤 편안한 표정이었던 반면, 손 전 대표와 박 부의장은 굳은 얼굴로 원고를 들여다봤다.
먼저 단상에 오른 손 전 대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저 손학규, 건재하다. 반드시 역전 만루 홈런을 때리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연설 도중 안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앉은 청중석을 향해 "이쪽에도 박수 좀 치세요. 야속하게 나는 안철수 지지하니까 박수 안 치고 그러면 안 됩니다"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음으로 연설한 박 부의장은 "이변 없는 경선은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우리만의 행사가 된다. 달밤에 체조하는 격"이라며 '안철수 대세론'에 견제구를 던졌다.
이어 "2005년 호남이 지지율 2%도 안 되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듯이 영남에서 유일한 호남 후보인 저를 선택해 제2의 노무현 열풍을 일으켜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안 전 대표는 다른 주자에 대한 견제를 자제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양강구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는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는 이미 시작됐다. 여기 계신 손학규 후보, 박주선 후보와 함께 정권교체 하겠다.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이어 "문재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 누군가"라며 "단디 단디 하겠습니다. 화끈하게 밀어주이소. 반드시 기필코 대선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외쳤다.
주자들 모두 PK(부산·경남) 민심을 구애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손 전 대표는 "부마항쟁으로 계엄령이 선포된 이곳 부산에서 부마항쟁의 진상을 조사하다 계엄사에 붙잡혔고, 김해 보안대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기던 그 시각 유신체제는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며 부산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박 부의장은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해사법원을 반드시 부산으로 가져와 해양수도 부산 시대를 활짝 열겠다"며 "기계산업, 조선해양산업, 항공우주산업 등과 신산업을 융복합해 울산과 경남을 신(新)산업 수도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부·울·경은 제조업의 메카다. 그런데 그 경제 엔진이 꺼지고 있다"며 "항구도시의 대범함으로 부울경을 미래형 산업구조로 바꿔 4차산업혁명시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허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견발표가 끝난 뒤 안 전 대표와 박 부의장은 대회장을 곧장 떠났지만, 손 전 대표는 노상연설을 하며 지지자를 결집했다.
◇ 지지자들, 安 초록우산 집결…孫 "손학규! 대통령!" = 오후 1시 30분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주자들이 차례로 벡스코에 모습을 드러내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지지자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한 데 모여 구호를 외쳤다.
호남 경선에서 압승한 안 전 대표 지지자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100여 명이 몰려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초록색' 우산을 쓰고 "강(强)철수! 강철수!"를 연호했다.
손 전 대표가 들어서자 지지자 50여명은 "손학규! 대통령!"을 외치며 호남 경선에서 예상 밖의 성적표를 받아든 손 전 대표를 응원했다. 박 부의장 쪽에도 30여명이 모여 박 부의장의 이름을 연호했지만, 두 후보를 외치는 목소리는 안 전 대표 쪽에 견줘 확연히 낮았다.
이에 손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 측 수행원들에게 "살살 좀 하라"며 핀잔을 줬다.
◇ '호남 안철수 지지, 보조타이어격' 발언에 "문재인 펑크난다" 맞받아쳐
전날 더불어민주당 호남 지역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압승한 것에 대한 견제와 신경전도 있었다.
박지원 대표는 인사말에서 "'광주에서 제발 문재인이 1등 해라' 이렇게 바랐는데 제 점괘가 맞아서 문재인이 1등 했다. 축하를 보냅시다"라면서 "자기 식구들이 모여서 60% 나왔는데 우리 국민의당은 국민이 걸어와서 65%가 나왔기 때문에 1대1로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가 대결하면 대통령은 국민의당"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문 전 대표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인 송영길 의원이 라디오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호남 압승에 대해 '보조 타이어 격으로 지지해준 게 아닌가'라고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 "옳은 얘기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 기간에 펑크 난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펑크난 타이어는 중도에서 포기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당 후보가 지금 지지도는 낮지만 결국은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에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보고 드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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