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최악의 오폭에도 '트럼프 책임론' 고개
미 정권교체 후 과감한 작전에 부수피해 속출
"복잡한 전투에 단순과격 안 어울려…후유증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라크에서 불거진 최악의 오폭 사태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대테러 전쟁에 무고한 인명을 잃었다'는 제하의 분석기사를 통해 이 같은 시각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지난 17일 모술 서부에서 발생한 사고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퇴치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함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때부터 IS 격퇴 방안에 대해 "폭탄으로 날려버리겠다"(bomb the s*** out of'em)는 과격한 말을 되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이뤄진 주요 대테러 작전에서부터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예멘 중부의 알카에다 지부에 대한 미군 네이비실 특공대원들의 지상전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첫 대테러 작전이었다.
미국 정부는 처음에 민간인 피해를 밝히길 주저했다.
그러나 미군 중부 사령부는 2월 1일 "비전투원인 민간인들이 살해됐고 희생자 중에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시인했다.
WP는 "오바마 행정부도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의 군사작전에서 민간인 희생이 많았다는 점을 시인했지만 새 정부 출범 후에는 그 빈도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사실상 시인한 지난 17일 모술 서부 오폭으로 숨진 민간인 사망자는 애초 200여명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동 전문매체 '뉴 아랍'은 이라크 구조당국 관리들을 인용해 사망한 민간인이 511명이며 그 중에 15세 이하 어린이가 187명이라고 26일 보도했다.
트럼프 책임론과 함께 실제로 미국 정권교체 후 IS 격퇴전에 나서는 동맹군의 공습 절차가 간소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모술 서부에 투입된 이라크 보안군의 다른 부대 소속 장교 2명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군 고문관들의 교전수칙 완화를 거론했다.
한 장교는 "동맹군이 무자비해졌다"며 "공습을 하려면 모술 외부에 있는 지휘본부에 요청해 검토 기간을 거쳐야 했는데 이제는 중대급 소령이 공습 허가를 내준다"고 말했다.
다른 장교는 모술 서부에 대한 IS 격퇴전이 시작된 이후 2월 말 들어 공습 속도가 괄목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이달 22일 시리아 락까에서도 국제동맹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30여명이 숨졌다는 보도에 대해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미군의) 교전규칙이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교전수칙이 완화했다는 일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WP는 "수십년간 미군의 군사작전지이던 이라크에서 미군 주도의 공습으로 민간인이 숨지는 사례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의 공격적 접근은 현재 싸움의 복잡한 양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술의 민간인들은 현재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악랄한 IS와 이를 퇴치하려는 미군, 이라크군 사이에서 덫에 걸린 존재들이라고 강조했다.
압둘사타르 알라부 모술 시장은 NYT 인터뷰에서 "실수가 되풀이되면 모술을 IS로부터 해방하는 작전이 어려워지고 아직도 IS 통치 하에 살아가는 민간인들이 이라크 보안군에 비협조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작전 때문에 모술이 IS로부터 해방된 뒤에 이어질 수니파 주민, 시아파 정권과의 화해까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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