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개막] ⑤ '베이징 키드' 몰려온다…10년만의 순수 신인왕 기대
넥센 이정후, 타율 0.455로 시범경기 '장외 타격왕'
LG 고우석, 삼성 최지광은 강속구 '펑펑'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 야구 역사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은 가장 빛난 순간이다.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모습에 잠시 야구를 외면했던 팬들이 돌아왔고, 동네 공터에는 글러브와 방망이를 든 아이들이 늘어났다.
당시 일본과 준결승에서 이승엽(삼성)의 투런 홈런과 결승전에서 류현진(LA 다저스)의 역투를 보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아이들이 9년의 세월이 지나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들었다.
올해 시범경기에 출전한 '2017시즌 입단 선수'는 모두 21명이다.
삼성이 김시현, 장지훈, 최지광(이상 투수), 나원탁(포수)까지 4명의 '순수 신인'을 시범경기에 내보내 가장 많았다.
한화는 올해 입단 신인 가운데 한 명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몇몇 선수는 당장 1군에서 뛰어도 손색없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개막전 출전까지 기대한다.
특히 올해는 순수 신인왕이 탄생할지도 관심사다.
2007년 고졸 신인 임태훈(두산)이 신인왕을 품에 안은 뒤 KBO리그에서는 10년 동안 순수 신인왕의 명맥이 끊겼다.
2008년 최형우(KIA), 2009년 이용찬(두산), 2010년 양의지(두산), 2011년 배영섭(삼성), 2012년 서건창(넥센), 2013년 이재학(NC), 2014년 박민우(NC), 2015년 구자욱(삼성), 2016년 신재영(넥센) 모두 프로입단 첫해 수상자가 아닌 '중고 신인왕'이다.
KBO리그에 순수 신인왕의 맥이 끊긴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리그 수준이 올라가 막 프로 무대에 뛰어든 선수가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현장의 코치 사이에서는 '성적과 진학에만 매몰된 선수들이라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가 태반'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수한 재목이 타 종목을 선택해 이른바 '거물급 신인'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를 누빈 신인선수 중에는 괄목할만한 선수가 적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넥센·휘문고)다.
1차 지명으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는 KBO리그 최초의 '부자 1차 지명'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2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455(33타수 15안타), 4타점, 1도루로 '장외 타격왕'에 올라 천재성을 뽐냈다.
보통 고졸 신인은 프로 무대에 와서 변화구에 애먹는다. 하지만 이정후는 35타석에서 삼진을 2개만 당할 정도로 천부적인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
이정후의 팀 동료 김혜성(동산고) 역시 눈여겨볼 재목이다.
타율 0.300(10타수 3안타)에 신인답지 않은 침착한 수비로 코치진의 눈도장을 받았다.
롯데에서도 '될성부른 떡잎' 야수가 눈에 띄었다.
제물포고 출신의 김민수는 타율 0.286(14타수 4안타)에 탄탄한 내야 수비 기본기를 보여줬고, 2차 1라운드 지명 선수인 포수 나종덕은 9경기에 출전했다.
투수 중에는 고우석(LG·충암고)이 눈에 띈다.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 평균자책점 7.71로 적지 않은 점수를 내줬지만,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 구위는 발군이었다.
최지광(삼성·부산고)은 신장 1m 73㎝로 작은 키에서 뿜어내는 강속구와 대담한 모습으로 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불펜 자원이 부족한 두산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한 김명신(경성대)의 호투에 함박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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