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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생각에…" 27년째 어르신에게 설렁탕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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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생각에…" 27년째 어르신에게 설렁탕 대접

을지로4가 문화옥 이순자씨, 1990년부터 매달 100여명에 설렁탕 대접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자리 잡은 한 설렁탕집 주인이 27년째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대접하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준다.

주인공은 문화옥 사장 이순자(77·여)씨.

문화옥은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설렁탕 맛집이다.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발표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 뽑혔고, 2015년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미래유산에 지정됐다.

서울 중구에 따르면 이씨는 1990년부터 매달 말일마다 동네 홀로 사는 어르신 100여명을 문화옥에 초대해 따뜻한 설렁탕을 대접하고 있다.

그동안 설렁탕 대접을 받은 어르신은 3만 2천여명. 지금 설렁탕값으로 따지면 3억원에 해당한다.

"외며느리인 저를 끔찍이도 생각하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시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했죠."

문화옥은 이씨 시어머니가 한국전쟁 중인 1952년 동대문시장 근처에 빚을 얻어 설렁탕집을 내면서 시작됐다. 1957년에 을지로4가로 자리를 옮겼다.

이씨는 1969년부터 시어머니를 도와 문화옥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이씨는 시어머니가 1987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봉사활동을 하러 동네 경로당을 찾았다가 점심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어르신들을 보고 '설렁탕 봉사'를 결심했다.

"당시는 경로당 지원이 충분치 않았어요. 시어머니와 같은 또래 어르신들이 점심도 거르는 경우가 많아 그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정성 들여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문화옥에 초대받은 어르신들이 따뜻한 설렁탕 국물에 기뻐하는 모습을 본 이씨는 힘닿는 데까지 자주 대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27년째 매달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봉사에 눈을 뜬 이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 집에서 떡을 만들어 매달 종로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에게 나눠주고, 남산에 있는 한 고아원 어린이들을 초청해 매달 합동생일잔치를 열어줬다. 안양교도소를 찾아 떡·과일과 함께 영치금을 넣어주기도 했다.

집안에 환갑이나 칠순 등 경사가 있을 때도 잔치 대신 봉사를 했다.

문화옥은 2004년부터 이씨의 딸인 김성원(48)씨가 맡아 가업을 잇고 있지만 그 정신을 계속되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결같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여러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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