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길고양이들과 불탄 꼬리뼈…일산에서 무슨 일이
"'관절염 치료' 미신에 희생된 듯…야생동물 포획은 불법"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길냥이'들이 자꾸 안 보여서 이상하다 했는데, 결국 불에 탄 꼬리뼈가 발견됐어요."
27일 동물보호단체인 '애니멀 아리랑'에 따르면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길고양이 먹이주기 자원활동을 하는 '캣맘'의 안타까운 제보가 접수됐다.
캣맘 A씨는 애니멀 아리랑으로부터 사료를 지원받아 이 동네 아파트단지와 주변 약 100곳에서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 주고 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매일같이 보이던 고양이 몇 마리가 갑자기 눈에 띄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 A씨는 최근 길에서 고양이의 꼬리뼈처럼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나뭇가지처럼 댕강 떨어져 있어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채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평소 고양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A씨는 단번에 알아봤다.
그 길로 동물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봤더니 '역시나'였다. 검게 타버린 고양이의 꼬리뼈였다.
이 일은 곧 캣맘들 사이에서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애니멀 아리랑 강태훈 팀장은 "고양이가 관절염 치료에 좋다는 얘기 때문에 길고양이를 잡아서 재료로 쓴 것 같다"며 "길고양이는 희생되고 꼬리만 남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양이가 관절염과 신경통 등에 좋다는 속설과 미신 탓에 고양이를 삶아 털을 제거한 뒤 복용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흔히 나비탕이나 고양이탕이라고 불리는 보양식이다.
앞서 2015년에는 무려 600마리의 길고양이를 잡아 나비탕 재료로 건강원에 판 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
부산·경남 일대 주택가에서 어묵 등 미끼를 넣은 포획틀로 길고양이를 잡은 그는 지난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강 팀장은 "야생동물인 길고양이의 포획은 동물보호법과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길고양이를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의 학대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내년부터는 처벌도 강화된다. 내년 3월 20일부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은밀하게 이뤄지는 길고양이 포획을 적발하거나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강 팀장은 "경찰에서 수사해도 범인을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처벌이 어렵다면, 길고양이 포획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경로당 같은 곳에서 계도활동이라도 자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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