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香萬里] '이슬람' 믿지 않는 '무신론자 무슬림'의 이야기
이슬람교도에서 무신론자가 된 알리 리즈비, 서구의 이분법적 시각 비판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다.
특정 이슬람권 국가 국적자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이 조치를 두고 미국 사회는 완전히 둘로 갈라졌다. 찬성하는 쪽은 '국가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 반대하는 측은 '종교에 기반한 차별은 위헌'이라며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같은 논쟁의 핵심 기저에는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180도 다른 인식의 차이가 터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슬람'은 종교, '무슬림'은 그 종교를 믿는 신도를 각각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강경 보수진영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자행하는 만큼 테러 우려가 큰 이슬람 국가 전체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는 이들의 테러를 이슬람과 무슬림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것 자체가 바로 종교차별이자 편향적 시각이라고 맞선다.
1975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1999년 캐나다로 건너온 알리 A. 리즈비(42)는 자신의 신간 『무신론자 무슬림』(Atheist Muslim)은 이런 이분법적 시각에 모두 문제를 제기한다. 서구의 피상적, 편의적 관점으로는 절대 이슬람과 무슬림의 복잡다단한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분법적 시각에서 본다면 '무신론자 무슬림'이라는 책의 제목부터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 그 자체다.
독실한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후반 자신의 믿음에 회의를 품기 시작해 결국 스스로 무신론자가 된 자칭 '전(前) 무슬림' 리즈비는 이 책에서 이슬람을 사상이나 종교, 무슬림을 그 사상이나 종교를 믿는 일련의 사람들로 단순화시키는 것은 모든 것은 전형적인 오류라고 주장한다. 10억 명이 넘는 무슬림들이 다양한 믿음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데도 그들을 하나로 동일시하는 것은 극도로 부당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슬람국가(IS) 또는 알카에다에 의한 테러가 터지자마자 전체 이슬람과 무슬림을 싸잡아 비판하는 극우 보수나 '급진 이슬람'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길 꺼리며 테러리스트와 이슬람을 의식적으로 분리하려는 극좌 진보의 강박관념 모두 이런 이분법적 사고의 오류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리즈비는 무슬림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이슬람이 종교지만, 무슬림이 소수계인 사회에서 이슬람은 종교라기보다 정체성을 규정짓는 하나의 기준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슬람이나 무슬림을 단순히 하나의 범주에 넣을 수 없으며, 자신처럼 이슬람을 믿지 않는 무슬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테러와 연계지어 이슬람과 무슬림을 패키지로 묶어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리즈비는 역설한다. 물론 테러를 자행하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도 결국 이슬람 교리를 자신들의 주된 추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지하디스트와 이슬람 교리를 완전히 분리하려는 노력도 옳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슬람과 무슬림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이슬람 비판론자와 무슬림 권리 옹호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언론들도 미국 사회에서 갈수록 커지는 반무슬림 정서에 대한 바람직한 해법을 고민하는 자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권고한다.
마틴스 출판사, 25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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