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만나는 3色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서울 소격동의 아트선재센터에서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1층에서는 네덜란드 작가 멜빈 모티의 국내 첫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후 변화와 국제적 갈등의 상관관계를 다룬 28분 길이의 영상물 '코스미즘'(Cosmism)과 실크 연작, 코스미즘을 주제로 작가가 쓴 에세이를 선보인다.
영상물 '코스미즘'은 태양의 활동이 활발할 때 지구에 전쟁이나 전염병, 자연 재해 등이 증가하고 반대로 태양의 활동이 잠잠할 때는 군사적 정치적 상응 관계가 있다는 '코스미즘' 이론을 주제로 한다. 영상물은 태양의 활동이 활발했던 2011년 9·11 사태와 이라크 전쟁이 태양의 자취와 연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크 연작은 일본의 기모노 장인과 협업한 작품이다. 구름 사이를 뚫고 비치는 태양 빛을 묘사한 작품은 얼핏 사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실크 위에 작은 점을 찍은 것이다. 점을 보지 못하고 구름으로 인지하는 인간 두뇌의 경향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전시는 5월21일까지.
2층으로 올라가면 이주요, 정지현 작가의 협업전이 열리고 있다. 설치와 드로잉 작업을 주로 해 온 이주요 작가와 도시의 각종 부산물과 용도 폐기된 산업자재를 이용한 조각 작업을 하는 정지현 작가의 세 번째 협업전시다.
전시장에 놓인 각종 오브제는 각자 독립적인 극장 무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오브제 위에 올라가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시와 그림, 조각 같은 작품들을 오브제 위에 놓아둘 수도 있다. 이런 퍼포먼스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오브제들은 전시장에 고정되지 않고 움직일 수도 있다. 이동하는 오브제들은 스토리를 옮기는 여행수단이 되기도 한다.
전시에서는 오브제 고유의 특성과 퍼포먼스의 연관 관계를 상상할 수 있는 드로잉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24일 개막해 5월14일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전시는 올해 대우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기업보고서: 대우 1967∼1999'전이다. 대우그룹이 모태가 된 아트선재센터의 정체성과도 무관하지 않은 전시다. 아트선재센터의 김선정 관장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이기도 하다.
대우그룹을 산업기술사, 디자인연구, 기계비평의 측면에서 분석한 인포그래픽스와 대우 관련 사진과 영상, 문서, 실물자료들, 대우재단에서 펴낸 책과 대우 계열사에서 일했던 임직원들의 물품 등이 전시된다.
전시를 기획한 한금현 상지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는 "한국경제사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한 기업이 경제 분야 외에도 그 시대의 사회문화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인식하고 신화화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 위상을 점검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달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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