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철학자 한병철, 강연회서 '막말' 논란
"참가비 줄테니 나가라" 등 발언…출판사 공식 사과
"인내가 경청자의 준칙" 메시지 전달 아니냐는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현대사회에 대한 철학적 통찰로 독일과 한국에서 주목받는 철학자 한병철 교수(베를린예술대)가 강연에서 막말과 함께 기행에 가까운 행동을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문학과지성사와 강연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신작 '타자의 추방' 출간 기념강연에서 사진을 찍거나 박수를 치는 청중에게 화를 냈다.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악기 소리에 깊이가 없다며 불평하는가 하면 편두통 등 건강상 문제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하는 독자에게 "입을 다물라"거나 "참가비 1천원을 줄 테니 나가라"는 막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 모욕감을 느낀 일부 독자는 강연 도중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문학과지성사 홈페이지에는 "그날 강연회장에서의 일은 거의 폭력 수준이었다. 저자가 명성이 있다거나 외국의 철학자라거나 하는 것은 그의 언행에 어떠한 면책 사유도 되지 못할 것이다", "끝까지 앉아있으면 뭔가 다른 마무리가 있기를 기대했다" 등 불쾌하다는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한 교수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로 강연을 활용했다는 호의적 해석도 내놓는다. 한 교수는 '타자의 추방'에서 타자를 받아들이는 방편으로 경청을 제시하며 "타자에 대한 경청자의 책임감 있는 태도는 인내로 표현된다. 인내의 수동성이 경청자의 준칙이다. 경청자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타자에 내맡긴다"고 썼다.
문학과지성사는 지난 17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강연자의 여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출판사의 크나큰 과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교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강연회는 강연자의 제안으로 시작해 합의하에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교수는 고려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서 철학·독문학·신학을 공부했다. 하이데거 연구로 박사학위를, 데리다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피로사회'(2010)·'투명사회'(2012) 등의 저서가 독일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받는 문화비평가로 떠올랐고 국내에도 여러 저서가 번역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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