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체자 보호 도시' 전방위 압박…118곳 명단 첫 공개
국토안보부 '불체자 현황 보고서' 발표…향후 매주 공개 예정
ICE 구금 요청 거부 206건…네브래스카 클락카운티 25% '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체류자 보호 도시'(Sanctuary City)를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20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이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체류자(서류미비 이민자) 체포·구금에 비협조적인 지방자치단체 118개 명단을 비롯한 전국 불체자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발동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 지침에 따른 것으로 처음 발표된 것이다. 앞서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달 ICE에 불체자 피난처 도시와 불체자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2월 3일까지 1주일간 각 지역에서 범죄를 저질러 구금된 불체자가 구치소 등에서 풀려난 사례가 모두 20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네브래스카 주 클락 카운티가 전체의 24.8%인 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뉴욕 주 낫소 카운티가 38건, 일리노이 주 쿡 카운티가 13건으로 '톱-3'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ICE가 범죄 전력의 불체자 단속을 위해 이들 지자체에 48시간 구금 연장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ICE의 요청에도 각 지자체가 형기를 마치거나 유죄선고를 받지 않은 불체자를 그대로 석방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풀려난 범죄 전과 불체자의 상당수는 지난 2014년 초에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살인부터 강간, 교통위반, 보호관찰 위반까지 망라돼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에 기재된 206건 가운데 절반을 웃도는 56%는 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유죄선고를 받지 않은 사례라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불체자 추방명령 우선 대상은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 유죄를 선고받은 자로 한정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경범죄라도 범죄전과가 있는 불체자로 대폭 확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불체자 보호 도시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재정지원 중단 카드도 꺼내들 태세다.
현재 불체자 보호 정책을 계속 펴겠다고 밝힌 피난처 도시는 워싱턴DC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보스턴 등 39개 도시와 364개 카운티 등 400개가 넘는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심지어 캘리포니아 주는 '피난처 도시'를 넘어 주 전체를 '불체자 보호 주'로 지정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주에는 현재 230만 명가량의 불체자가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불체자 보호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시카고는 시 전체 예산의 14%에 이르는 13억 달러를 지원받고 있고, 워싱턴DC는 시 예산의 20%를, 뉴욕은 예산 848억 달러의 10%가량인 88억 달러를 연방 정부에서 받아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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