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장관, 트럼프 '안보 무임승차론' 공식 반박
"나토에 빚졌다"는 트럼프 주장에 "빚계정 따위 없다"
美전문가 "트럼프 탓에 나토 운영방식 오해 생긴다"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 다시 제기한 '안보 무임승차론'을 두고 항의가 쏟아졌다.
나토의 운영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틀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골자로 독일 국방부 장관은 공식 성명까지 내며 펄쩍 뛰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나토에 빚 계정은 없다"며 독일이 나토와 미국에 막대한 방위비를 빚지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하루 뒤인 지난 18일 "독일은 나토에 막대한 돈을 빚지고 있고, 미국은 독일에 제공하는 값비싼 방어에 대해 더 보상받아야 한다"는 트윗을 올린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나토 분담금이 독일의 군사적 노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돼선 안 된다며 독일의 국방비는 나토뿐만 아니라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이나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와의 전쟁에도 투입된다고 밝혔다.
특히 201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도록 하자는 동맹국의 목표를 온전히 나토와 연결하는 것이 틀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나토에는 동맹국이 함께 부담하는 소규모의 운영비 계정이 있을 뿐 방위비와 관련한 계정은 없다.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는 각국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평한 안보비용 부담"이라며 "이를 위해선 안보 개념의 현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왔다.
그는 지난 17일 열린 미국과 독일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많은 국가가 과거 많은 액수를 빚졌으며 이는 미국에 매우 불공정하다. 이들 국가는 그들의 몫을 내야 한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도록 하는 나토의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정부의 약속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안보 무임승차론 주장이 나토의 작동방식에 대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9∼2013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는 18일 트위터에 "대통령에겐 미안하지만, 그것은 나토가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이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어해 달라며 미국에 돈을 지불하는 금전적 거래가 아니다. 조약상 의무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달더 전 대사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도 "트럼프의 발언 때문에 나토가 운영되는 방식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는 유럽에 군대를 주둔하고, 방어를 제공하는 사실 때문에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나토가 운영되는 방식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나토에 얼마나 기여할지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는 게 나토의 운영방식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