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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메르켈 악수 거부 논란 확산…백악관 "요청 안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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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메르켈 악수 거부 논란 확산…백악관 "요청 안 들려"

獨언론 "트럼프가 메르켈 멍청한 소녀 취급" 지적도

트럼프·메르켈 '합주' 없는 '독창' 위주…험로 예고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단 한 장의 사진이 수 만 쪽의 글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짧디짧은 장면 하나가 길디긴 이야기 전체를 웅변하는 케이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 접견 장소에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를 대표하는 두 최고지도자가 보여준 모습이 단적인 사례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사진기자들이 내내 서먹하게 앉아만 있는 둘에게 "악수, 악수, 악수 (해주세요)"라고 잇따라 외치자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영어로 "악수들을 원하네요"라고 말을 건넸지만, 트럼프는 손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기자들은 악수하는 두 지도자 대신 멋쩍어하는 메르켈과 못마땅한 표정의 트럼프를 카메라에 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는 먼저 악수를 청해 19초 동안 붙잡고 손등까지 두드렸다. 당시 이 장면은 소셜미디어로 퍼졌다. 강력한 우호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를 알려주려 하는 듯한 무언의 '악수 정치'였다.






독일 매체인 슈피겔온라인은 회담 전 이 무례하게 보이는 트럼프의 악수를 메르켈로선 피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둘이 하게 될 악수에 관심을 두기까지 했다. AP 통신이 유튜브에 올려놓은 1분 7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 없이 메르켈 총리와 앉아 있는 것이 어색했는지, 착석 후 20여 초 지났을 때 독일 기자들에게 "반드시 좋은 사진을 독일로 전송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메르켈 총리는 이 말을 알아듣고 "하하하" 크게 웃는 것으로 분위기를 이어간 뒤 이번 만남에 관한 것으로 추정되는 질문(안 들림)을 받고는 "매우 좋습니다. 오늘이 시작입니다. 좋은 기회입니다"라고 답하며 시종 웃음을 보인다.

이 언급에 이어 바로 기자들의 "악수" 요청이 잇따른 것이지만, 결국 트럼프는 무릎 사이로 깍지 낀 채 내려두고 있던 자신의 손을 메르켈에게 내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 잠시 주저하는듯하다가 "악수들을 원하네요"라고 트럼프에게 말을 건네고 나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메르켈은 입술 아래 근육을 당기며 살짝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상한 기분을 표시했으나 이내 웃음을 다시 지어 보였다.

이 대목만 반복 재생되도록 편집한 영상 클립은 대중지 빌트의 19일 인터넷판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빌트는 영상 설명과 글 기사에서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이를 묘사하고 "오벌오피스의 냉랭한 분위기"라고 썼다.

빌트는 특히, "트럼프가 이렇게 무시했는데도, 우리의 총리는 찡그리지 않고 대신 아이러니하게도 싱글벙글할 수 있다"라고 촌평하며 독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독일 상업방송 RTL은 인터넷판에 "트럼프가 메르켈을 멍청한 소녀같이 취급했다"라고까지 썼다.

슈피겔온라인은 누가 보더라도 외교 결례인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에게 입장을 물었고, 그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악수 요청)을 듣지 못했다고 본다"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메르켈의 말은 못 들었을 수 있지만, 여기저기서 '악수'를 외치는 취재진의 '코러스'를 놓쳤을 리는 없다고 짚었다.

이번에 트럼프는 악수를 거부하는 것으로 독일과 메르켈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시를 분명히 하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그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독일과 메르켈로부터 더 효과적으로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적인 예로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 2% 지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이 비율이 1.2%에 불과한 독일을 회담과 회담 이후 트위터 글을 통해 거듭 압박했지만, 메르켈은 2024년을 목표 시한으로 이미 제시했음을 재확인하고 아프리카 발전지원 같은 것도 폭넓게 셈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예외적 권리(특권)라고 말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난민들도 살게 해 줘야 한다는 취지를 밝혀 대비됐다.

메르켈 총리는 물론, 마셜 플랜과 냉전기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날 통일 독일이 없었다며 양국의 특별한 우호협력관계를 강조했지만, 그러면서도 보호무역을 앞세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거부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 TTIP)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나아가 독일 매체 포쿠스온라인은 메르켈 총리가 BMW 등 독일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확대회담 격인 양국 '경제대화'에 참석했는데, 메르켈의 오른쪽 옆자리에 아무런 공식직함 없는 트럼프 대통령 맏딸 이방카가 앉았고, 메르켈 총리는 이런 의전을 미리 인지하지 못한 것 같은 분위기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빌트 등 다른 독일 현지 언론들도 주로 메르켈 총리가 이방카를 어색하게 쳐다보는 사진을 게재하며 이 장면에 관심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저명한 양자물리 화학자인 남편 요아힘 자우어 훔볼트대 교수마저 해외방문 행사에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행 여부는 또한, 남편 뜻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부부가 가장 선호했던 파트너는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였고, 남편 자우어는 미국 방문 때는 흔쾌히 동행했던 전례가 있다.

앞서 작년 11월 트럼프 전임자인 오바마는 대통령 고별 유럽 순방 때 베를린을 찾았고, 메르켈과 함께 1시간 넘게 공동기자회견을 하면서 서로 전화하며 지내자고 했다. 이번 메르켈과 트럼프의 회견은 25분을 넘기는 데 그쳤고 애정이 진하게 녹아든 덕담 한마디 없었다.

un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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