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항 총기 탈취범 테러조직 배후 수사(종합)
IS 등 테러단체들이 평소 무장군인 공격 선동한 것에 주목
범인 아버지 "술, 마약에 절어 살아…기도 한번 안 했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에서 무장군인의 총기를 탈취하려던 남자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인물로 파악되자 당국은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무장군인을 공격하라고 선동해온 것에 주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대테러당국은 이 남자가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질러 수감됐을 때 종교적 급진주의에 경도된 것으로 보고 제삼자가 개입하지 않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오를리 공항 총기탈취범 지예드 벤 벨가셈(39)은 전과 9범으로 무장강도, 마약밀매, 폭력, 장물취득 등으로 복역을 거듭하다 지난해 9월 출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그가 2011∼2012년 사이 교도소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를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인 '파일 S'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출소 후에도 지속해서 감시해왔다. 2015년에는 경찰이 집을 급습한 적도 있지만 테러 모의와 연계됐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그가 외국에 나간 적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등 서유럽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청년들이 시리아나 이라크 등에서 IS 조직원들과 접촉한 뒤 테러범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국은 통화기록 등을 조회해 공모자가 있는지, 테러조직의 사주가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그가 공항에서 순찰 중인 무장군인을 공격한 것이 IS 등이 그동안 선동해온 것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벨가셈이 오를리공항에서 총기를 빼앗으려고 한 대상은 작전명 '오페라시옹 상티넬'에 따라 특별 테러경계임무를 수행하던 프랑스 군인들이었다.
프랑스는 2015∼2016년 잇따른 대형 테러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개인화기로 중무장한 4인 1조의 군인들을 주요 시설과 관광지, 도심에 배치했다.
프랑수아 몰랭스 파리 검찰청장은 18일 저녁(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벨가셈에 대해 "극히 폭력적인 인물로 끝까지 가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벨가셈을 사살한 군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무기들을 내려놓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라. 나는 '알라'를 위해 죽으려고 이곳에 왔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은 죽는다"고 외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테러리스트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이날 유럽1 라디오 인터뷰에 응한 남자는 자신이 벨가셈의 아버지라면서 "아들은 기도한 적도 없다. 술만 먹었다. 술과 대마초에 절어있다가 이렇게 된 것일 뿐 테러리스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벨가셈의 아버지와 형제, 사촌을 구금해 테러 모의 연관성을 밤샘 조사한 뒤 아버지를 석방했다. 형제와 사촌은 여전히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평소 벨가셈이 술과 마약을 자주했다는 주위의 증언에 따라 그가 범행 당시 마약이나 술에 취한 상태였는지 확인하고자 19일(현지시간) 시신을 부검했다.
한편, 파리 북동부의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는 센 생드니 지역의 아파트에 살던 그에 대해 이웃들은 항상 혼자 다녔고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AFP통신에 "3일 전 그를 봤을 때 동료나 가족들과 싸우려는 것처럼 뭔가 결심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다른 이웃은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항상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악마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사살된 뒤 경찰은 그의 아파트에서 코카인 소량과 마체테(날이 넓고 큰 칼) 등을 발견했다. 마체테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흉기로 흔히 사용하는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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