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TK 적자"·유승민 "대구의 아들"…범보수 TK 경쟁
"재판 중에 대선출마라니" vs. "유승민 또 시비걸까봐"
홍준표, 내일 전북 방문…영호남 통합행보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이슬기 기자 =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간 'TK(대구·경북)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홍 지사가 전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영남권 통합대통령' 의지를 피력했고, 이에 질세라 유 의원도 경선 레이스의 첫 공식 일정으로 대구를 찾아 '대구의 아들'을 부각했다.
바른정당 주자로 나선 유 의원뿐만 아니라 한국당 소속인 홍 지사조차도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제일 먼저 '친박의 성지(聖地)'로 여겨지는 TK로 달려갔다는 점이 흥미롭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을 둘러싼 범보수 진영 내부의 갈등과는 무관하게, 결국 보수 주자로 나서면서 '텃밭' TK를 쟁취하지 못하면 '필패'라는 절박감만큼은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홍 지사는 출마선언에서 자신이 "TK(대구·경북)의 적자"라고 주장했다. 7살 때 부모 손에 끌려 손수레에 세간을 싣고 고향을 떠나 대구로 왔으며,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는 등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통해 대구와의 인연을 거듭 강조했다.
우선 홍 지사의 출생지이자 정치적 기반은 PK(부산·울산·경북)이다. 그런데도 출마선언 장소를 PK도, 서울도 아닌 대구로 잡고, 이 자리에서 'TK 적자'를 강조한 것은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인 TK를 끌어안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나 다름없다.
유 의원은 대구 계산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여한 뒤 곧장 지역 언론, 청년, 당원 등을 대상으로 릴레이 간담회를 열면서 적극적인 구애를 벌였다. 특히 오히려 박 전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을 향해 평소보다 한층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이른바 '배신자 낙인'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유 의원은 "대구가 나를 낳았고, 대구가 저를 가르쳤다"고 강조하면서 "영남 사람의 전통이 무엇인가 대통령이라도 잘못하면 용감하게 지적하고, 고치라고 배웠다. 단 한 번도 대구의 정신, 자존심을 버린 적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탄핵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일 뿐 대구에 대한 탄핵은 아니다. 우리 보수세력이 쌓아온 인생과 역사,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이 결코 아니다"라며 "과연 누가 배신자인지,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이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두 주자는 주말 사이 앞다퉈 대구를 오가는 와중에 서로에 대한 견제구도 잊지 않고 쏟아냈다.
유 의원은 오전 대구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제가 홍 지사라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무죄가 번갈아 나온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는 것은 상상을 못 하겠다.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게 그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홍 지사는 비슷한 시각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도 가능하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답 잘못하면 유승민 후보가 시비를 걸 것 아니냐"면서 "유 후보가 나에 대해서 네거티브를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일절 대꾸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 지사는 오는 21일 전라북도 부안을 찾아 새만금 방조제를 시찰할 예정이다. 출마선언 후 두 번째 공식 행선지를 보수의 취약지로 여겨지는 호남으로 정한 것은 영호남 통합의 상징적인 의미와 더불어 전국구 주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제2회 서해수호의 날(3월 24일)을 앞두고 20일 당 지도부 및 소속 의원 전원과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 국방·안보 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함으로써 보수 주자로서의 정통성을 선점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minar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