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혐의는 강요? 뇌물?…박前대통령 조사가 분수령될 듯
김영재 원장 등 '의료농단' 연루자들 줄줄이 재판 시작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준비 마무리…곧 본 재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관련 재판들이 집중 심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핵심 쟁점인 뇌물 및 강요 혐의 여부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기점으로 일대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치고 최씨의 혐의 가운데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돈이 뇌물인지 아니면 강요로 압박해 걷어낸 돈인지 '교통정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판사)는 박 전 대통령 소환 전날과 당일인 20∼21일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속행공판을 연다.
20일엔 김용환 KT 부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21일엔 김창근 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김인회 KT 비서실장 등이 주요 증인으로 출석한다. 황창규 KT 회장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었지만,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대기업 고위 임원들이 대거 증인으로 나오는 만큼 강요와 뇌물 혐의를 둘러싼 검찰과 증인들 간 신경전도 예측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향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어 답변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창근 전 의장의 경우 16일 검찰에 소환돼 청와대와 SK그룹 간 '부당 거래' 의혹 관련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을 대가성 있는 뇌물 가능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KT와 포스코는 뇌물 수사 대상에서 빠져있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만큼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경위에 대한 증언은 조심스러워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농단' 연루자들은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의 심리로 20일 줄줄이 재판을 받는다.
재판부는 오전 10시 20분 최씨 일가의 주치의 격인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시작으로 10시 40분엔 대통령 자문의를 지낸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정 교수는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시술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를, 이 교수는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에게 김 원장을 소개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오전 11시엔 '보안 손님'으로 청와대를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을 진료한 김영재 원장과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 김 원장 부인 박채윤씨의 두번째 재판 절차가 시작된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인사들의 재판은 21일 공판준비 절차를 끝낼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엔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11시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장관 등의 재판이 잇따라 열린다.
앞서 정 전 차관과 신 전 비서관은 혐의를 인정했지만, 김 전 장관은 "지시를 따르지 않기가 어려웠다"며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책임은 덜어내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자세히 진술할 것으로 보인다.
혐의를 전면 부인한 김 전 실장 측은 앞선 재판에서 "진보를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라고 한 것"이라며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낸 증거에 김 전 실장 등이 동의하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재판은 20일과 22일 열린다. 당시 국민연금 관련 업무를 담당한 복지부 전·현직 공무원들이 증인으로 나온다.
최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관리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교수진 중에서는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과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22일 재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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