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소래포구 찾은 관광객들…잿더미 된 어시장에 '화들짝'
"불 난데 뭘 사러 오겠느냐" 상인들만 '울상', 관광객들 발길 돌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18일 새벽 화재로 좌판 220여 개와 점포 20여 곳이 잿더미로 변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
불은 2시간 30분 만인 새벽 4시 4분께 모두 꺼졌지만 이날 오후 3시가 넘어서도 대형 화재의 여파는 이어졌다.
피해를 당하지 않은 상점들은 평소처럼 가게 문을 열었는데도 주말답지 않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불에 탄 좌판과 10m밖에 떨어지지 않은 킹크랩 상점 상인 하남수(54)씨는 "불 난 시장에 뭘 사러 오겠느냐"며 "언론에 대서특필됐으니 이제 손님 발길이 더 줄어들까 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오후 늦게 어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은 상점이 아닌 화재현장으로 몰렸다.
뉴스로만 화재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저마다 '불이 너무 크게 났네', '저 안쪽까지 다 타 버렸으니 어떡하나'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소래포구를 찾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잠깐 시장에 들렀다는 김종윤(28)씨는 "뉴스를 보고 올지 말지 고민하다가 부산에서 이왕 온 김에 잠시 방문했다"며 "주변 상권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수협 소래공판장 옆 어시장 입구로 들어섰다가 뒤늦게 화재현장을 보고 그대로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도 있었다.
인천시 서구에서 온 김갑용(62)씨는 "이 정도로 큰 불인 줄은 몰랐는데 와서 깜짝 놀랐다"며 "횟감이나 사러 왔는데 이 근처에서 뭘 먹기도 민망하고 그냥 근처 동네로 이동해서 밥이나 사 먹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표 관광지인 소래포구에는 성어기인 4∼5월 주말 7만∼8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 새우와 꽃게며 젓갈을 사려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손님들이다.
그러나 이날 불이 난 좌판 인근 상점 앞은 텅텅 비어 골목을 맘껏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한산했다.
화재현장 바로 옆에 자리한 젓갈 점포 상인들은 "큰일이 난 건데 어쩌겠느냐"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근처 조개·육젓 상점에서 일하는 홍미경 씨는 "당장 오늘만 봐도 주말이면 가게 앞에 사람 설 자리가 없어야 하는데 텅텅 비어있다"며 "빨리 복구가 돼야 하는데…그저 시간이 답이죠"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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