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틸러슨 회견, 중국 끌어들여 北압박 포석"
"북핵 포기하게 만들면 사드 철수할 수 있다는 뜻 내포"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김승욱 이상현 기자 = 전문가들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17일 서울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외교 사령탑인 틸러슨 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가진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끝났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포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8일 "중국을 압박해 비핵화를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트럼프의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중국을 상대로 얘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관련 보복 조치와 관련해 유감스럽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라. 그러면 우리도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이번 외교장관 기자회견 관련한 발언이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한 것은 분명하고 이미 결과로도 나타나지 않았는가. 포괄적 해법은 2009년 9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언급한 바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과 충돌해 쏙 들어갔다. 당시 한미 간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따라서 포괄적 해법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내용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번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하면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지만 군사적 옵션은 배제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사안별로 적용, 경제적 압박을 가해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일관적으로 추진한 것은 중국 역할론이다. 미국이 취하는 정책은 중국을 대북 압박에 끌어들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었던 것도 그렇고 미·중 외교 장관 회담을 앞둔 시점에 사드를 조기 배치한 것도 그렇고 모두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틸러슨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사드 배치와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일본에서 한 얘기가 있지 않나. 일본에서 한 얘기 중 가장 큰 게 위안부 관련한 일본 지지 발언이었다. 한국에서 한 얘기에는 위안부 얘기가 없다. 대신 어떻게 보면 물타기다.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전달했다. 그러면서 기존 이야기했던 미·일이라는 틀 속에서 한국이 합쳐진 한·미·일 동맹 삼각 협력 강화를 정당화시켰다.
일본에서는 '우리는 20년간 실패한 접근을 했다'고 했는데 한국에 와서는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는 점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버려뒀다는 것인데, 이 말인즉슨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것이다. 군사적 옵션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 등 모든 가능성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과 군사적 갈등 원치 않지만, 수준 도달 시 행동 취할 것'이라는 말은 앞과 뒤 중 어디에 방점을 둘지의 문제다. 이 말 자체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군사 안보적 방향 쪽으로 대북 정책을 일방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가 한두 번 있었던 건 아니다. 항상 최고 수준의 제재라고 했기 때문에 '안보리 제재'와 관련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드 얘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명쾌하다. 첫째, 사드는 북한 때문에 배치해야 한다. 둘째,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는 안 된다.
예상한 정도의 발언이다.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얘기가 없기 때문에 발언의 수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치를 철회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박원곤 한동대 교수
예상했던 대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결정 날지 조만간 밝혀질 듯하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더 강력한 압박을 했다. 중국이 해결할 수 있는데 왜 안 나서느냐는 것이다. 중국이 원유를 막으면 북한이 손을 든다. 이를 실행에 옮기도록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정책 방향이다. 중국을 압박해서 비핵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둘째로, 사드를 들여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중국이 얽혀 있다. 중국이 북한을 충분히 압박하지 않는 것에 미국은 불만이 있다. 사드는 핵심적 대북 정책 수단인데, 중국이 문제를 제기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문제 제기보다 중국을 상대로 얘기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키를 쥐고 있다고 미국이 판단한 듯하다.
틸러슨 장관이 중국에 가서도 강력히 얘기할 것이다. 사드 이외에 무엇이 있느냐고. '우리도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이상 배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사드를) 원치 않으면 북한에 압력 가해라. 그래서 핵을 포기하게 하라. 그러면 우리도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고 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움직여야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다고 생각해 중국 기업과 관련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도 언급한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한 단계 올리는 것은 중국을 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맞는 접근이다. 중국이 움직여야 북한이 변화한다. 트럼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다면 카드는 있는 셈이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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